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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n 12. 2021

여자의 행복은 가정이 우선이라고 우긴 것이 미안하다

결혼의 성공과 실패


 오래전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그녀의 결혼식만큼이나 이혼 소송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분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며 “네 뜻을 펼치지 못하게 하고 집안에만 가두어 둔 것, 오지 않는 남편을 계속 기다리라 한 것, 여자의 행복은 가정이 우선이라고 우긴 것이 미안하다. 너는 나와는 다른 사람인데 내 욕심에”라고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분은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면 나처럼 된다. 모든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가엾은 어머니. 오늘 가서 괜찮다고 난 행복하다고 안심시켜드려야겠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라도 잘 키우자”라고 했다고 한다. 기사를 읽고 새삼 느끼는 것은 언제나 우리의 삶은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그녀의 한탄에 일견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은 그녀가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면 나처럼 된다고 했던 부분이었다. 남의 얘기를 소재로 글을 쓰는 게 내키진 않았지만 우리가 자식을 키울 때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어서 이미 신문 기사에서 널리 보도된 팩트만을 소개했다.


 부모의 존재 이유 중의 하나가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고 늘 걱정하는 사람이다. 세상의 어느 부모가 자식이 불행해 지기를 바랄까마는 부모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걱정하고 소망했던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전적으로 부모님의 말씀을 잘 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아마도 젊은 청춘들에게 부모님께 종속되거나 구속되지 말고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독립된 삶,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라는 조언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 기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앞에서 언급한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매우 미안해했다는 말씀,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그 세 가지 말씀에 대해 우리의 깊은 사색이 필요한 것 같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부모님의 가정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마을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 그런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고 어떤 사물이나 사안에 대해 스스로 평가, 판단이 가능한 성인이 결정한 행동은 곧 그 사람의 태도고 자신의 일부이며 그의 정체성일 수밖에 없다.


서울숲 삼색버들


 지금의 결혼 제도에서 성인이면 누구나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배우자를 선택해서 결혼할 수 있고, 또한 어느 일방이 결혼에 따른 신의 성실의 의무를 위반했을 때는 스스로의 자유 의지에 따라 이혼할 수도 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함께 계속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누구나 이혼할 수 있고 그냥 결혼 생활이 끝났을 뿐 인생의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결혼과 이혼은 우리들의 삶의 한 과정일 뿐이고,  계속되는 삶의 과정 속에서 최종 결과가 아닐 수밖에 없는 결혼과 이혼은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 결혼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이익을 얻기 위한 비즈니스 정도로 생각했다면, 이혼 또한 남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결혼의 실패라고 스스로 느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분이 말씀하는 것처럼 부모님의 걱정과 말씀을 잘 따랐다고 해서 스스로의 자기 의지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부모님이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결혼생활이 행복과 불행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그녀 스스로는 결혼 생활에 대한 신의 성실의 의무와 책임을 다했다고 한들, 상대방이 있는 결혼생활은 어느 한쪽의 계약 위반이 있으면 그 결혼 생활의 지속 여부 또한 전적으로 본인 스스로의 평가와 판단에 따라 결론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책임이 아닌 배우자의 부정이나 신의 성실의 계약위반에 따른 이혼은 결혼의 실패라고 하기에는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가혹하고 불합리한 평가일 뿐이다. 굳이 결혼의 실패라고 한다면 이혼의 귀책사유를 제공한 부정한 배우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고 자괴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말처럼,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을 더는 마음 아프게 하지 말고 스스로의 삶을 조용히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집중하고 독립적으로 살아내는 대신, 부모님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삶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의탁하고 의지하며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앞으로의 삶도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가정 교육과 양육의 최종적인 목표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의 완전한 독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육아와 양육은 독립운동만큼이나 숭고한 일이다. 만약 부모님이 우리를 걱정하시는 말씀대로만 살 수 있다면 대부분 성공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누구나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부모님의 말씀에만 전적으로 의지하고 따른다면 자신의 삶을 유기한 책임은 걱정해준 부모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책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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