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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n 18. 2021

하다 못해 담벼락이라도 쳐다보고 욕을 해라

관심과 분노


 최근에 일어난 공군 상사의 성추행에 따른 비극적 사건이나 광주에서 건물 철거 중 일어난 시내버스 압사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21세기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일들이다. 뉴스의 제목만 보면 동남 아시아나 아프리카 최빈국에서나 있을법한 일들이다.


 세계에서 유래 없는 경제성장과 문화콘텐츠로 국격의 상승과 함께 2년 연속 세계 최고의 선진국 그룹인 G7에 특별히 초대받는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후진국스럽고 안타까운 사건들이다. 그 외에도 아동학대나 산업현장에서의 여타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많았다. 모두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 사건들이고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들이다.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그 하나하나의 사건들에서 나타나는 부정과 부패, 불공정, 불평등이 그 사건의

원인이 되었고 그 수습과정에서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지점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들고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문제는 그런 부정과 부패, 불공정, 불평등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일 수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올라 이제 도저히 서울에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고 느낄 때, 모두들 주식투자를 하길래 자신도 가진 돈 전부를 걸었던 종목이 일주일째 빠지고 있을 때, 사회적으로 논쟁이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가상화폐에  전재산을 걸었는데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가격이 폭락했을 때 우리는 매우 분노한다. 아니 화를 참을 수가 없다. 탁닛한 스님의 책,  ‘anger(화)’를 수천번 읽어도 소용이 없다.



  지금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가끔은 뜻하지 않은 고난과 시련으로 분노하고 위축되어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남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좋은 학교를 나와도 잘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많이 공부하는 것보다는, 공부한 대로 안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불법, 불의한 일들을 하려고 할 때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배운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고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타까운 사건들은 대개 못 배워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고, 배운 대로 살지 않는데서 모두 그 원인이 있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라는 말이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지도 말아야 할 사건들이 하루를 멀다 하고 뉴스의 메인을 장식한다. 배운 사람이라면 마땅히 분노해야만 한다. 분노해야만 유사 사건을 막을 수 있고, 분노해야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



 맨날 부동산이나 가상화폐, 주식에만 분노한다면 그 결과는 절대로 잘 살 수가 없다. 왜냐하면 분노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뜻일 테니까. 그러므로 우리가 진심 분노해야 할 일들은 불법 불의한 일, 부정과 부패, 불공정과 불평등,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다.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수 없을 땐, 하다못해 담벼락이라도 쳐다보고 욕을 해라. 그래야 값나가게 살 수 있고 세상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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