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미라클(miracle)

by 봄날


에어비앤비와 월마트 등 미국 기업들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다시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난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고 한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아프간 난민 2만 명에게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등록된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으며, 유통업체 월마트도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비규환의 현장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매우 안타깝고 참담한 생각이 든다. 언제나 국익을 앞세워 분쟁지역에서 그들을 점령하고 지배하는 데는 재주가 있는 미국이지만, 한편으로는 늘 부패한 반민족, 반시민세력과 연대하고 협력하다 보니 종국엔 카불 같은 사태를 매번 반복하고서도 별 반성이 없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래도 미국을 미워할 수만 없는 이유는 미국의 공과가 함께 존재할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나 월마트 같은 인류애를 펼치는 기업이나 시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테러리스트 운운하며 아무도 선뜻 손 내밀지 않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도 인류애의 따뜻한 손길을 먼저 내미는 그들의 성숙한 시민정신만큼은 너무 부러운 게 사실이다. 오래전 우리도 또한 그런 그들의 인류애적인 도움을 받고 국난극복을 하는데 큰 힘이 되었던 과거가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아프간 난민들의 일시적 수용과 아프간 현지에서 한국을 도와 대사관, 병원, 직업훈련원 등에서 함께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는 그들의 피난처 제공을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대략 76가구 391명으로 예상되는 아프간의 우리 정부 협력 시민들을 데려올 계획으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 체류 중인 434명의 아프간인들에 대한 인도적 체류비자를 현지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니 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책임을 이행한 일이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제 식민지 시절 나라를 잃고 연해주나 만주를 떠돌던 우리 시민이나 항일 무장 독립단체들 또한 지금의 아프간 난민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장군의 귀환, 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과 독립군들 역시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난민 생활을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하늘 같은 은혜는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리지만 자신이 받았던 손톱만큼 작은 상처 하나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새삼 체험하게 되었지만 이미 세계는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봉쇄하고 무조건 막는다고 해서 해결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먼 나라 아프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담한 상황도 결국엔 이래저래 우리와도 직간접으로 깊숙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는 인류애와 함께 선진국으로 대접받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국제사회의 그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명예와 권리만 갖겠다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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