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파도처럼 밀려올 때

존버하기의 장애물

by 봄날


지난겨울의 끝무렵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급기야 솟아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지질하게도 급성질을 부리고야 말았다. 그 후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났는데도 한 달이 넘게 ‘알래스카 얼음집 이글루에 살아보기’ 생생 체험을 했다.


분노가 물밀듯이 밀려올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대사회에서 사회생활에서나 가정에서 갑자기 치솟는 분노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오래전 읽었던 탁닛한 스님의 책 ‘Anger’(화)에서의 두 가지 대처 방안을 소환해 본다.


갑자기 화가 치솟는 그 순간 가능하다면 그 자리를 피해서 주변을 잠깐 산책하라고 충고한다. 또 하나는 화가 들어있는 음식물의 섭취를 장기적으로 줄여나가라고 한다. 그 화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예를 들어 잘못된 방법으로 도축된 여러 가지 동물들의 고기들, 또한 닭장안에서 24시간 형광등을 켜놓고 스트레스받은 닭이 생산하는 달걀들 말이다. 이런 이유를 반영한 듯 요즘 유기농 재배와 채식주의자가 늘어나는 것처럼.



하지만, 화가 날 때는 이성이라는 부분이 우리의 뇌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상태의 극한에 있기 때문일 텐데, 그 순간 법륜스님의 말처럼 스스로 화가 일어나는 것을 깨닫고 알아차려 화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내공이 깊은 도인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그렇다고 순간을 못 참고 화를 냈다가는 평생을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화를 참기만 하면 오히려 화가 쌓여 마음이 아픈 사람이 되고, 그 쌓인 화가 언제, 어디로 갑툭튀 하여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직장생활에서나 가정에서나 존버 하기의 최대 장애물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화가 조금씩 올라올 때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학습받고 훈련되어 온 ‘이성’이라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순간을 감정에만 맡겨 놓지 않고 잠깐 그 장소를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화의 원인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화와 좀 떨어져서 이성과 감성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화가 나서 이성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 그 엄청난 후과에 고통받았거나 후회 막급이었던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어 학습한 방어기제를 활용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탁닛한 스님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과 법륜스님의 방법을 동시에 적용해보는 훈련을 일상생활 틈틈이 할 필요가 있다. 화도 자주 내다보면 버릇이 되는 것처럼, 화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도 자주 하면 버릇이 된다. 그냥 참는 것과는 구별된다. 물론 쉽지 않다. 간단한 팔 굽혀 펴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까 연습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영화 결혼이야기(2019)


그렇지 않으면 올해 영화 ‘기생충’과 아카데미 작품상의 경쟁후보였던 ‘결혼 이야기’(2019)의 남자 주인공 아담 드라이버가 부부싸움을 하면서 아내인 스칼렛 요한슨에게 내던졌던 대사 “ 난 당신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고 주변에 소리칠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비슷한 중산층 부부 이야기를 다룬 ‘아메리칸 뷰티’(2000년)에서도 아내인 아네트 베닝과 케빈 스페이시의 무너져 내린 결혼생활의 파국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이 죽어가면서 혼자 독백으로 이루어지는 영화의 결말을 옮겨 본다. 우리는 아쉽게도 항상 마지막 순간, 상황이 끝난 뒤에야 모든 것을 깨닫고 후회 막급인 어리석음에 자주 노출되곤 한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1999년)


“살다 보면 화나는 일도 많지만, 분노를 품어선 안된다.
세상엔 아름다움이 넘치니까.
드디어 그 아름다움에 눈 뜨는 순간, 가슴이 벅찰 때가 있다.
터질 듯이 부푼 풍선처럼.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
희열이 몸 안에 빗물처럼 흘러 오직 감사의 마음만이 생긴다.
소박하게 살아온 내 인생의 모든 순간들에 대해....
무슨 뜻인지 좀 어려운가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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