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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의 달이 뜨면

by 봄날


새해 초에 훈련비행에 나섰던 공군 모소령이 조종한 F-35A 최신예 전투기가 항공전자계통 이상으로 랜딩기어가 모두 내려오지 않으면서 충남 서산의 공군기지 활주로에 동체 착륙했다고 한다. 동체 착륙은 바퀴 없이 비행기 몸체를 직접 땅에 대면서 착륙하는 방식으로, 이를 위해선 기체 수평 유지 등 고도의 조종기술이 요구된다고 한다.


F-35A의 동체착륙은 한국을 포함해 해외에 판매된 이후 첫 사례라고 한다. 대통령은 동체착륙에 성공한 F-35A 스텔스 전투기 조종사를 격려하기 위해 난 화분을 보내고, “위급한 상황에서 살신성인의 모범을 보이고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음에도 침착하게 조치한 모소령을 격려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나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1940년 5월 영국의 처칠이 총리로 임명된 때부터 만 1년 동안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 ‘폭격기의 달이 뜨면’(에릭 라슨 지음, 생각의 힘)이란 책을 흥미롭게 읽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영국은 독일의 대규모 공습을 받고, 영국의 운명이 언제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1940년 런던을 공습한 독일 히틀러의 공격과 처칠의 도전을 윈스턴 처칠이 총리로 취임한 1940년 5월부터 1941년까지의 영국 안팎의 정세를 세밀하고 생동감 있게 풀어낸 책이다.


영국 왕립 공군(RAF: Royal Air Force)과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의 치열한 공방전, 폭격당한 도시, 끊이지 않는 공습 사이렌과 대공포 소리가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야간의 희미한 달빛에도 폭탄의 표적이 될까 염려하던 영국 시민들은 밝은 보름달이 뜨면 더더욱 그들을 공포에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두려움으로 잠 못 드는 밤이 된다.



이 책을 매일 밤, 침대 옆 협탁 위의 스탠드를 밝히고 읽다가 잠들기도 하고, 문득 새벽에 잠이 깼을 때도 조금씩 읽고 있어서 그런지 F35의 동체착륙 기사가 눈에 띄게 들어왔다. 정작 우리나라 신문에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트위터를 보니 세계에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도저히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인가 보다. 비행기를 버리고 탈출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걸고 민간인 지역의 대형참사를 피해 바닷가에 있는 서산기지로 배꼽 착륙(belly landing)의 기적을 만든 그 조종사에게 무한한 찬사와 존경을 보낸다.



1940년 5월까지 프랑스와 주변국들을 대부분 점령한 독일의 파상 공격과 함께 굴욕적인 평화협정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영국 처칠 총리의 단호하고 결연한 저항 의지와 리더십은 힘의 우위가 절대적이었던 독일 공군에 맞선 영국 왕립 공군의 탁월한 전투 성과도 한몫을 톡톡히 해낸다. 그러한 영국 왕립 공군의 전투 성과에 온 국민이 열광하고 용기를 얻을 때 윈스턴 처칠은 의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찍이 인류의 전쟁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적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큰 빚을 진 적은 없습니다”





윈스턴 처칠 총리의 대중을 사로잡는 명연설이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이 구절만큼 요즘의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서 가슴에 와닿는 명언을 보지 못했다. 풍전등화에 놓인 영국의 존폐 위기에서 살신성인의 전투력으로 희생을 마다 하지 않았던 영국 전투기 조종사들의 헌신을 읽으며, 오늘날 인류가 처음 접해본 코로나 팬데믹과의 전쟁에서 초인적인 휴머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의료인들에게 윈스턴 처칠의 이 위대한 찬사가 돌아가야 마땅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Hakkasan (London)

1939년 히틀러의 대규모 공중 폭격을 앞두고 영국 정부가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내걸었던 포스터 슬로건 “Keep Calm and Carry On”(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처럼,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와의 전쟁과 두려움 속에서도 지금처럼 우리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탁월한 의료시스템과 우수하고 헌신적인 의료인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방역의 최일선에서 이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질병관리청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훗날, 역사는 또한 이 사실을 기록하고 기억할 것이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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