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우먼 파이터
요즘 스. 우. 파 출신들의 댄서들이 예능의 대세인지라 그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신바람이 난다. 그들의 춤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우러러 보이기도 하지만 제일 기분 좋게 하는 지점은 딱히 공부가 아니어도 그들처럼, 그들이 스스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서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그녀들이 최정상에 오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남들의 시선과 편견으로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지금의 최정상에 설 수 있었을지는 안 봐도, 안 들어도 상상이 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직업,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갖추어지는 것이 좋다. 더 많은 다양한 꿈들이 이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과 삶에서 인정받고 보람과 성공이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수능시험이 끝났지만 수험생들을 둔, 또는 곧 수험생이 될 자녀분을 둔 모든 부모들은 수험생들보다 더 긴장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걱정하고 기도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이제 세상은 달라졌고 일등만 알아주던 시대도 지나갔다.
삼십 대 초반에 고교 동창회를 나간 적이 있었다. 한 학급이 60명 전후였을 때였지만 학교 다닐 때 반에서 10등 안에 들었던 친구들은 대개 나처럼 대기업에서 대리 직급 언저리를 달고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외에 나머지 다른 친구들은 그들이 좋아했던 또는 그들이 꿈꾸던 미래의 모습대로 다양한 직업과 삶의 무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한참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던 직장생활에 매우 지쳐있던 나는 매일 아침 넥타이를 매면서 내가 회사원이 되다니,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지금은 또 이런저런 이유로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본인은 물론 부모들도 기뻐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뿐,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기쁨은 곧 무뎌지고 다시 시작되는 대기업 기준 열 단계 이상의 매 승진 단계마다 밀리지 않고 진급하려면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내야만 한다. 만약 평사원에서 대표이사까지 꿈을 꾼다면 아마도 확률적으로 회사 생활이 가장 리스크가 많은 직업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빽 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쉽게 어프로치 할 수 있는 게 회사생활이고, 또한 비빌 언덕이 되어주니 그만큼 고마운 존재도 없을 것이다. 모든 직장인은 대개 그런 마음 가짐으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프로페셔널이 되어간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누구나 똑같은 꿈을 꿀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우리 사회가 움직여서도 안된다.
다시 태어나면 나는 백댄서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회적 시선과 부모님의 바람대로 인생의 스케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서 그랬는지 그 반대로 크게 틀에 갇히지 않고 창의로운 직업으로 백댄서와 같은 예능인의 삶을 살아봤으면 했다. 물론 그 직업이라고 힘든 일이 없겠냐만은 아마도 지금과 다른 삶이 되지 않았을까 그려 본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음악과 리듬에 몸을 맡기고 창의적으로 춤출 수 있는 스우파의 그녀들이 너무 보기 좋고 부러울 뿐이다. 지금은 생활양식도 많이 바뀌고 경제적인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일반적이진 않지만, 우리 부모님들도 이제 육아와 교육에 대한 관심도 달라지고 있다. 자녀들이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꿈꿀 수 있도록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향해 나아가는 것 같아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또한, 맨날 무엇이 될까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생각하면 삶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면 결국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제일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