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품격
새로운 하루가 열리는 휴일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 아내를 보니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조금 더 자야지, 왜 핸드폰을 보느냐고 물었더니 트위터에서 좋은 글을 발견하고, 그 트위터리안이 올린 글을 처음부터 모두 읽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곧 나는 다시 부족한 잠을 청했다.
알람이 필요 없는 충분한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보기 드물게 아침 정찬을 준비했다. 아내의 아침 식사를 감사히 챙겨 먹고는 거실 오디오의 FM 음악 방송을 틀었다. 모닝커피 타임을 즐기려고 커피를 내리고 거실 소파에 앉았더니 아내가 카톡을 하나 보내 주고는 읽어 보라고 했다.
“입주자께서 주신 김장김치를 맛있게 먹고 그릇을 돌려드리며 조그마한 선물을 드렸더니 참기름 한 병을 갖고 오셨다. 어쩌지 못하고 받았는데 고맙고 감사한 마음 한편에 내가 실수했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다.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가 내게는 없었던 것일까.”
이른 아침부터 아내가 읽고 있었던 그 트위터리안이 올린 글이라고 했다. 정년퇴직을 하고 어느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계신 분인데 하루에 한 번 짧게 올리신 글들 중의 하나로 트위터에서 찾아서 모두 읽어보는 게 좋겠다며 많은 공감과 배움이 있을 것이라며 추천했다.
라디오 음악을 들으며 모닝커피 타임을 즐기려던 참이라 썩 내키진 않았지만,
“폐기물 버리는 것 도와줬다고 박카스 한 박스를 가져온 입주자와 몇천 원 아끼려고 몰래 버리고 가는 입주자가 함께 살아가는 아파트에서 일요일 오후를 보낸다.”
라는 부분 읽어봤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계속 읽고 있다고 답하면서, 조금 전 카톡으로 보내준 김장김치 선물에 대한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바로 무너졌다. 상대방의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태도에 대해 큰 가르침을 받은 기분이었다.
“아내가 외출할 때는 자리를 피하는 게 좋다. 마주치면 꼭 뭘 시키고 나간다.”
라고 올린 글에서는 웃음이 빵 터졌고, 무척 공감을 했더니 왜 그렇게 웃느냐고 아내가 궁금해해서 읽어주고는 같이 눈이 마주치면서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렇게 그 트위터리안이 정년퇴직하고 아파트 경비 일을 시작하면서 트위터를 시작해, 최근 이 년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두 시간이나 정독해서 읽었다. 최근에 읽었던 그 어떤 글보다 공감이 되고, 심지어 그분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분의 그런 아름답고 유익한 삶을 닮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후 내내, 설거지를 하다가 또는 청소를 하다가 아내가 문득문득 그분의 짧은 트위터 글을 곱씹으며 읽어보았냐고 되물어 보곤 했다.
“요즘 유일하게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독신의 교수 친구다.
나이 들어 공감 없이 자기주장만 앞세우는 친구들과 달리 대화가 유쾌하고 뒤끝이 없다.
친구의 독신이 부럽다.
결혼이나 비혼이나 다 선택이고 가보지 않은 세상은 모르는 법, 그래서 아이들에게 결혼이나 출산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로 읽고 느낀 부분에 대해 재차 되물어 보았다. 그분의 글을 트위터에서 읽으며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인지 또 하나의 해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맛집에 다니면서 맛있는 거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삶이 행복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부분을 읽고는 갑자기 가슴이 뜨끔했다. 그분이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읽고 인간의 품격과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에서 깊은 내공을 느꼈으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와 느낌은 부러울 정도였다.
“새벽에 깨어 경비실에서 쇼팽의 녹턴과 발라드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살아있는 느낌이다.”
아무튼, 세상은 넓고 멋있는 사람은 많다. 오늘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매일매일 배우고 익히며 세상에 유용한 삶이 될 수 있도록 용맹정진해야 겠다는 마음이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