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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없는 세 가지

인생에 정답은 없다.

by 봄날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중에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하고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아직 취업을 하지 않은 대학생들이다. 그러면 나는 대개 이렇게 말한다.


“본인이 먼저 뭘 하고 싶은지를 찾고, 그 일을 해보세요.”


그러면 질문자가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인지 반응이 시큰둥하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으면 가장 행복할 테지만 알다시피 흔치 않다.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내가 아직 하고 싶은 것을 못 찾았다는 것인데 어떻게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서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좋아하는 일은 취미라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은 특기라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이력서에 쓰는 취미나 특기를 일로 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도 질문자를 생각해서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굳이 두 가지 중에 고르라 하면,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효율적이고 좋지 않을까요?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 좋아하는 일을 취미나 세컨드 잡으로 즐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제대로 정의할 수 있었다. 그 전에는 맛있는 불고기를 먹으면 불고기를 내가 좋아하는 줄 알았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삼겹살을 내가 좋아하는 줄 알았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백합은 백합이라 예쁘고 장미는 장미라서 예쁘니 모든 꽃은 예쁘지 아니한 꽃은 없더라는 말이 생각났다. 맞는 말이다. 요즘처럼 ‘꽃피는 봄이 오면’ 순백한 볼이 터질 것 같은 백합을 보면 백합대로 예쁘고 샛노란 개나리를 보면 개나리라서 예쁜 것처럼..


하지만, 이제는 무슨 음식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하고 누가 물으면 나는 바로 대답한다.


“네, 전 삼겹살 구이와 국수류를 좋아하고, 특히 빵을 좋아합니다.”


오십 년을 이것저것 먹어보고 또다시 먹어보고 하면서 생각이 그때그때마다 바뀌면서 살아왔다. 그처럼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그 일을 해봐야만 한다. 또한 우리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세상의 많은 음식을 먹어보아야만 정말 좋아하는 음식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도 마찬가지 일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도 그러할지 모른다. 일, 연애, 취미생활, 친구 등등. “해는 동쪽에서 뜬다.”와 같은 진리를 빼고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늘 변하기 마련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슬로베니아 블레드성

이 세상에 없는 세 가지는 정답, 비밀, 공짜다. 왜 그런지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사춘기만 지났어도 이미 왜 그런지 체험적으로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늘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며 생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니?”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모두 맞는 말이다. 이 세상에 정답, 비밀, 공짜는 없다. 누군가 세상에 정답, 비밀, 공짜가 있다고 말한다면 절대로 그를 믿어선 안된다. 우리는 인생에 정답, 비밀, 공짜가 없다는 사실만 알아도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정. 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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