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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PD수첩을 보고 난 후

by 봄날

요즘 며칠간 세상이 발칵 뒤집힌 뉴스가 있었다. 아직도 왜 N번방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한 그들이 행한 범죄행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어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분노를 넘어 느슨한 관련 법을 개정해서 성착취는 물론이고 특히, 미성년 대상 아동 성범죄는 미국, 유럽 등 여러 선진국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자비한 법을 도입, 제정해서 실질적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되었으면 한다.


최근의 불편한 뉴스를 보며 우리 사회가 선진국의 길목에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PD수첩에서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란 제목으로 얼마 전에 성전환 수술로 세상에 불쑥 화제가 된 육군 기갑여단의 변희수 하사에 대한 얘기를 조명해 본다. 또한 작년 연말에 숙명여대에 합격해 사회에서 핍박받는 소수자들을 위한 훌륭한 변호사를 꿈꾸다, 사회적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그 꿈을 내려놓아야만 했던 성전환 대입 준비생에 대한 얘기도 함께 하고 있다. 그 후 입학을 포기하고 다시 대입 준비를 한다는 뉴스를 보고 무척 안타깝고 마음이 불편했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났다.

제주도, 본태박물관


나는 패션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으므로 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그들과 함께 일해왔고, 소위 LGBT(성소수자)에 대해 특별한 선입견도 없고, 오히려 그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많이 봐왔던 터라 늘 그들, 성소수자들에 대해 차별이 아닌 다름을 지지해 왔다. 오래전 한창 열심히 실무자로 일 할 때 밀라노 showroom에서 발주할 때의 일이 생각났다. 마침 그날이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쇼룸 책임자는 출근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예쁜 아내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분이 아기를 안고 함께 나와있었다.. 그래서 그가 그의 아내를 소개하기도 전에 먼저 그녀에게 눈인사를 하고 그 책임자에게 말했다.


“ 당신 아내가 무척 beautiful하네요. 아기도 너무 귀여워요”


라고 반갑게 먼저 인사를 했더니 그 친구가 웃으며 나한테 말하기를


“고마워요. 내 아내 정말 handsome 하죠?”


하면서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분 옆의 낯선 젊은 남자를 가리키며 내가 민망해할까 봐 배려하듯이 말했다. 아기를 안고 있는 그의 아내라고 착각했던 그 여자분은 아기의 유모였던 것이다.



물론 그동안 내가 경험해왔던 인식으로 보면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때처럼 멋쩍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그때 나의 생각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직도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 많이 부끄러웠다. 가끔 패션스쿨에서 강의를 할 때면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의 기본은 영어는 물론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문화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해온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 후에도 글로벌 캐주얼 브랜드의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있었던 MCM(마케팅 앤 커뮤니케이션 미팅)에서 만났던 일본에서 온 남자, 여자 친구들이 있었는데 둘이 같은 방을 배정받아 쓰는 것이었다. 그중 여자 친구는 익히 알고 있던 친구라 너희 둘이 부부냐고 물었더니 직장동료라 했다. 그러면서 그중 여자애가 그 남자를 가리키면서 얘는 여자보다 더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말라했다. 그때서야 그 둘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였다. 오래전 얘기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촌스러운 질문이고 대화였다.



PD수첩을 보고 난 후 그래도 변희수 하사의 어려운 결정을 지지하고 따뜻하게 응원해 주었던 기갑부대의 동료들과 소속 부대장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유 없는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는 인간애에 기반한 그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또한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경직된 군대문화로 인해 지레짐작 그들에게 가졌던 인식을 새롭게 전환해 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 우려에 대한 권고를 뿌리치고 전역 심사를 통해 심신장애 3급이란 이유로 강제 전역케 해 아쉬움을 더한다. 한편으로는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 속도에 미처 준비되지 못한 국가 시스템 운영의 문제를 고려하면 이해는 되지만.. 그냥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어릴 때 자연스럽게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가 되는 것처럼 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해치지 않아” 의 제목처럼 정말 그들은 우리 이웃과 사회를 절대 해치지 않는다. 그냥 차이, 다름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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