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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행복한 책 읽기

by 봄날

EBS에서 매주 목요일 밤에 방송하는 백영옥 작가의 ‘발견의 기쁨, 동네책방’이란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매번 챙겨 보며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면 서울 근교 소도시로 내려가서 동네책방을 하나 차려서 지역사회에 문화적 공간을 제공하고, 또 일해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그 지역사회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익명으로 후원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왔다. 그러려면 먼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할 것 같았다.


이십 평 남짓한 인문학 중심의 행복 가득한 동네책방을 운영하려면 고객들에게 부가서비스로 커피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동네 주민들에게 드립 커피 향 가득한 동네책방에 들러 자투리 시간을 맛있는 커피와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잠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어차피 생계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가겟세 내고 한 달에 백만 원 이상만 벌면 될 듯하다.



더 오래전에는 회사생활을 마치면 이마트 24와 같은 동네 편의점을 운영할까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편의점을 경영하는 회사에 다니는 후배한테 물어보니 아르바이트 운영이 힘들어 꼬박 가게에 붙어있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뻑하면 연락도 없이 아르바이트생들이 나오질 않아 그 펑크 난 시간을 주인이 메우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면접하느라 무척 힘들단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르바이트생한테 맡겨 놓고 시간을 자유로이 디자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EBS 동네책방이란 프로그램을 보다 편의점 운영에서 동네책방으로 업종을 갈아타게 되었다.


EBS 발견의 기쁨, 동네책방

지난달에 TV 동네책방에서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어느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무라야마 겐지라는 일본 작가가 쓴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라는 책을 소개해 알게 되었다. 아쿠다카와상를 수상한 이 은둔 작가의 다소 도발적인 책 제목이 내용보다 먼저 와 닿았다. 내용이 어떻길래 저렇게 도발적인 제목을 썼을까 싶어 인터넷서점에서 바로 주문하고 배달된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목차만 살펴보면 자녀들이 읽을까 두려운, 거의 금서 수준이다.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매우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었다.


나는 글 내용에 무척 공감하고, 어떤 부문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독후감은 영화는 아니지만 스포일러가 될 듯해 소개하지 않는 대신, 그 책의 목차는 미리 알려주고 싶다. 궁금증을 유발해 한 번쯤 구매해 읽어보지 않을까 싶어서다. 물론 나는 이 작가 마루야마 겐지와는 일면식도 없고 아무 관계도 없다. 혹자는 NO JAPAN 캠페인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웃나라와의 민간교류나 문화교류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고 하는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문제지 그 나라의 일반 시민들이 문제인 경우는 많지 않다. 작가도 한 대목에서 "그 어떤 국가도, 국가란 이름이 붙어있는 나라는 하나 같이, 실은 국민의 것이 아니다."라는 글이 있다. 이쯤 되면 너무 궁금해할 것 같아서 책의 큰 목차만 옮겨 본다.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가족, 이제 해산하자/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신 따위, 개나 줘라/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책 제목은 무척 도발적이었지만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심플하다. 인간은 어차피 누구나 혼자고 고독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니 홀로 무소의 뿔처럼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라는 것이다. 그 길에서의 동반자는 오직 고독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자유인으로서 홀로 설 수 있을 때 우리는 삶의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삶의 안정과 명확치 않은 행복을 위해 스스로의 의지인 자유를 내던지지 않을 때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삶 속에서 진정한 자유인으로 생활할 수 있고, 인생의 최종 목적지인 ‘완전한 자유인’의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내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인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었겠다 싶고, 한편으로는 지금과 같은 제도권의 삶 속에서 어쩌면 더 위험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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