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당신과 모든 것을 잇는 다리입니다

안산

by 봄날


푸르른 신록의 계절, 오월의 아침에 아내와 함께 지난겨울에 약속했던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 길을 산책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멀리 산책을 갈 때마다 아파트 옆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보온병에 커피와 맛있는 빵을 몇 개 사 가지고 떠난다. 점심때를 놓치거나 점심을 먹을 만한 안심식당을 찾지 못했을 때 그것으로 브런치를 대신한다.


베이커리 카페 앞에 차를 임시 정차하고 목적지 네비를 세팅하고 있는데 아내가 빵을 사 가지고 왔다. 이른 아침 카페 안에는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중년 부인 둘이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했다. 주문한 빵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고 했다.



두 중년 여성들은 아침부터 누군가에 대해 험담을 하면서 흥분하고 있었는데,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이 좋은 카페에서 나누는 대화 주제로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했다. 더군다나 아무리 옳은 말, 좋은 말이라도 T.P.O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변북로를 지나 구리 포천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운전이 여유로워지면서 우리 중년의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철원의 드루니 매표소에 도착했다. 그 두 중년 여성들은 70,80년대의 어렵고 힘든 개발도상국의 삶을 살아내고 버텨냈던 사람들이다. 변변히 가진 것 하나 없이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라는 불확실한 신념 하나에 기대어 버티고 살아냈던 사람들이다. 마땅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때의 제도권 교육은 민주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가르침과 거리가 멀었다. 우리 모두를 획일화시키고,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야 했던 교련시간 같은 삶에 더 익숙해진 사람들일 수도 있다. 무언가 시끄럽고,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는 민주주의의 삶에 익숙해지기 어려운 세대, 하지만 지금의 삶은 각양각색의 다양성과 여러 단체가 내는 다른 목소리가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못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들은 아니, 내가 살아냈던 젊은 날들처럼 미칠 듯이 노력해야만 살아남는 걸 당연하게 취급하고 자랑스러워하던 그런 사람들, 그런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들도 그 시절이 그리운 게 아니라, 자신의 가장 젊었던 시절과 그때의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마음에 속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전국 장애인연합의 자유로운 이동권 확보를 위한 지하철 투쟁이 어느 젊은 정치인의 혐오 정치의 화두가 되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들의 투쟁 방식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립각을 만들어 놓았다는데 대해 매우 유감스러웠다.


첫 출전한 도쿄 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 세 개를 획득한 운동선수가 장애인 단체에 기부를 했다. 또한, 그녀의 페이스북에 장애인을 위해서라면 비장애인인 자신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글을 올린 것을 두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길


그들이 보기에는 옛날처럼 나라에서 해주는 것을 기다리며 그냥 조용하게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바쁜 출근길에 투쟁을 해서 많은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그들의 무질서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삶 그 자체가 불편한 그들이 이동권 확보를 위해서 오랫동안 시위를 해왔지만 이번처럼 관심조차 받지 못했을 뿐이다.


비장애인으로서 왜 그 장애인들이 많은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는 없었을까. 힘이 없으면 겸손할 일도 없다. 그러나 힘이 있을 때는 겸손보다 어려운 일도 없다. 정말 그 젊은 양궁선수가 미워 보인다면, 자신의 삶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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