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peace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계의 ‘큰 별’인 배우 강수연(55)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영화감독 류승완이 무명시절, 영화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우리 영화인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배우 강수연의 말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가 감독했던 영화 ‘베테랑’(2015)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배우 황정민의 대사로 연출했다.
그녀는 우리 문화, 예술계에 월드스타로서 많은 기여를 해왔다. 우리 영화계의 열악했던 환경 속에서도 오직 연기 하나로 글로벌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부고는 너무나 황망한 소식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등, 앞으로 우리 영화계의 어른으로서 더 많은 역할을 기대했던 팬들을 매우 큰 슬픔에 빠트렸다.
개인적으로도 그녀는 오랫동안 특별히 잊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녀가 연기했던 영화 ‘씨받이’(1987)에서 대를 이을 아들을 낳기 위해 했던 민간 비법을 보고, 결혼 후 딸을 낳고 싶었던 나는 그녀가 연기했던 아들 낳는 비법 중 몇 가지를 반대로 실행에 옮겨 결국 소원하던 딸을 얻었기 때문이다. 영화 채널의 특별 편성을 통해 그 영화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또한, 얼마 전에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계셨던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 불현듯 우리 곁을 떠났다. 많은 소설 작품과 시, 그리고 시대의 어른으로서 세상의 불의를 향해 목소리를 내곤 했다. 물론 그런 일로 인해 거주하던 곳에서 핍박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심지어 병상에 누워서도 자신의 시대적 소명을 잊지 않았다.
그의 명언, ‘존버 정신’을 통해 잘 버텨낼 것이라 소망했지만 그 기대와는 달리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났다.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는 시대에 그의 부재는 우리들의 삶에 큰 손실이 될 것 같다. 직장생활에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외수 선생님의 ‘존버 정신’이 큰 힘이 되었고 덕분에 잘 버텨낼 수 있었다.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순간은 앞으로도 여러 번 겪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주위 사람들이나 사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모두들 그렇게 힘을 내고 살아간다.”(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의 글처럼 삶이 흔들릴 때마다 그의 트위터 글을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었고, 많이 위로받곤 했다. 그의 부재가 너무 아프다.
나이가 들면서 동시대를 함께 살아냈던 존경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우리 곁을 떠나갈 때마다 한 번씩 깊은 슬픔을 겪는다. 큰 나무처럼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견디고 버티어내면서 더욱 굳센 모습으로 항상 푸르게 서있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이별의 순간마저도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마지막 선물처럼 남기고 떠난다.
때로는 잊고 살지만, 우리도 결국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사랑, 쓸데없는 자존심과 상처, 실패와 이별에 대한 두려움 등, 모든 것들은 그 죽음 앞에서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간단명료해진다. 체에 걸러지듯 우리의 소중한 것들만 남게 된다. 우리의 삶도 결국엔 ‘선택과 집중’이란 것을 가르쳐 준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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