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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Dec 09. 2022

때때로 세상은 욕망이 없고 평범한 사람들을 무시한다

중산층의 조건


 크리스마스빵 슈톨렌과 함께 홍차를 마시고 있던 내게 신문을 보던 아내가 한국의 중산층과 프랑스의 중산층은 기준이 다르다고 한 번 들어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는 내 의견을 묻는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은 “부채 없는 30평 아파트, 월 500만 원 이상 급여, 2,000cc급의 중형차, 1억 원 이상 예금 잔고, 연 1회 이상 해외여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은 “1개 이상의 외국어, 직접 즐기는 스포츠, 1개 이상의 악기, 색다른 자신만의 요리, 사회적 분노에 공감, 약자를 돕는 봉사활동”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의 중산층 기준을 비교해보면 매우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의 기준은 모두 돈과 관련된 재산이 그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는 선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개인의 취향과 취미, 그리고 사회에 대한 공감과 참여 수준이 그 기준이 된다.


 일제 식민지배를 벗어나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세계 최고의 급속한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생겨난 사회적 인식이 소유 재산을 기준으로 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유럽처럼 대부분의 국민이 믿는 국교로서의 종교가 없는 것 또한 사회적, 보편적 가치를 형성하지 못한 점도 있다고 한다.



 60,70년대만 해도 학교에서 비교육적인 “너그 아부지 뭐 하시노?” 스타일의 가정환경 조사를 많이 했다. 그래서 나온 유머가 아버지가 뻥튀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아들이 가정환경조사의 아버지 직업란에 ‘곡물 팽창업’, 아버지가 붕어빵 장사를 하는 아들은 ‘수산업’이라고 적었다는 일화가 있었다.


 지금은 취업할 때조차 가족사항을 묻지 않는 것은 물론 가족 등 개인적인 질문조차 하면 결례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취업지원자의 출신학교까지 가리고 블라인드 면접을 하기도 한다. 더불어 국민소득 기준만으로 어쩌다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정치, 사회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사람들의 의식 수준과 사회적 시스템의 불일치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허니문하우스, 서귀포


 그 단적인 예가 대부분 국민의 의식 수준에 맞지 않는 삼류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고, 겉으론 무슨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지만 모든 사회문제의 이면에는 결국 돈 문제가 그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월드컵16강진출도, 재벌의 이혼소송도 그들이 받게될 금전적 보상에 대한 관심이 언론의 헤드라인이 된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습니다”라는 드라마 ‘인간실격’(jtbc)의 대사처럼 모든 것이 돈을 따라다니고 있다.


 그 이유는 때때로 세상은 욕망이 없고 평범한 사람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치 기준이 돈이 되어서도 곤란하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볼 만큼은 돈을 스스로 벌 수 있어야 자신을 구원할 수 있고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도 아이들에게 젊을 때는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은연중 말해준다. 물론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듣기 싫어하고 나를 속물로 보는 눈빛을 느낀다. 물론 돈이 많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돈이 있으면 좋은 점은 그만큼 삶에 있어 무엇을 하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는 돈을 숭배할 필요도 없지만 돈을 경멸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가질 만큼 가졌으면 그만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삶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다시 한번, 다른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을 살펴보면, 미국의 중산층 기준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할 것, 사회적 약자를 도움,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것, 비평지 정기구독”이며, 또한 영국은 “페어플레이, 자신의 주장과 신념이 있을 것, 독선적 행동 안 할 것, 약자 보호, 강자에 대응, 불의, 불행, 불법에 대응”이라고 한다.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되고, 일단 먹고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어야 우리도 선진국 시민처럼 개인 취향과 스타일도 챙길 수 있고, 더불어 사회 참여나 사회 문제에 대해 시선을 돌릴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선진국에 진입한 이상, 곧 우리의 중산층((middle class)의 기준도 선진국의 사례를 따라갈 것이다.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새삼스럽지가 않은 이유다. 돈을 밝히는 것을 무조건 천박한 자본주의의 쓰레기 취급을 해서는 곤란하다. 최소한 자기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열심히 일한 당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의 모든 선택이 제한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기 전에 “돈을 더 벌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동시에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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