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 Feb 23. 2023

별거 아닌걸 함께 하는 게 사랑이니까

사랑의 이해


 때로는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도란도란 그 드라마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이야기하는 소소한 일상을 좋아한다. 영화 같은 사랑이 아닌 사랑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룬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jtbc)를 같이 보았다. 별거 아닌걸 함께 하는 게 사랑이니까.


 주인공들의 사랑이 영화나 드라마 같지 않고 매우 답답하게 진행되었을 뿐, 사랑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었다는 점이 남달랐다. 섬세한 연출과 감정변화를 세심하게 잘 담아낸 드라마였다. 진실한 연애나 결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듯했다.


수원화성


 물론 연애를 꼭 결혼을 전제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지만, 아내의 생각은 그냥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게 순수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사랑의 현실적 고민에 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일 땐 결혼은 몰라도 진실한 사랑은 가슴이 맞다. 그리고 연애를 하면서 서로를 알고 난 후, 결혼은 그다음의 문제이니까. 그래도 이별만큼은 등장인물 모두 서로 쿨해서 좋았다.


 사실, 나는 요즘의 연애는 반드시 결혼을 전제로 해야만 했던 기성 세대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장년 세대는 대부분 두 사람의 연애는 반드시 암묵적인 결혼이 전제된 연애가 일반적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땐 서로를 알아갈 수밖에 없는 연애조차도 그렇게 구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애의 성공은 곧 결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연애의 성공이 결혼이라면 지금 왜 세계 최저인 출산율과 젊은 층의 비혼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적인 성공과 출세를 위해 무한경쟁의 삶에 내몰리고 있는 MZ세대들이 그 연애의 성공이 결혼이라고 생각했다면 절대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처럼 연애의 성공이 결혼일 수 없는 것은 결혼의 실패가 이혼이 아닌 것과 같다. 굳이 따지자면 결혼의 실패는 이해득실을 따지고 덕 볼 생각과 함께 거짓 사랑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함께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합리적인 이유가 차고 넘침에도 불구하고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 역시 결혼의 실패가 아닌 이혼의 실패일 뿐이다.



 연애의 성공은 결혼이 아닌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의 존재 유무에 달려있다. 따라서 연애의 성공이 곧 결혼이 될 수 없고, 설사 결혼에 이르지 못했을지라도 우리에겐 그 연애가 좋았다면 아름다운 추억이고 나빴다면 좋은 경험이다. 결국엔 나이 들면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뿐이니까. 우리의 삶에서 결혼이 반드시 인생의 숙제가 되어야 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혼도 비혼도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사랑도 결말이 모두 결혼으로 끝났다면, 맨날 사랑만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의 치열한 삶 속에서 매일매일을 지지고 볶고 살았을 것이다. 결혼생활의 예외는 없고 누구나 겪어야 할 통과의례가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통과의례라고 해서 그냥 막 통과해서는 안된다. 그냥 무심하게 통과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것을 잃고 뒤늦게 후회할 수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은 개떡같이 살다가 잘 죽을 수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