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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Dec 31. 2023

하루 잘 살고, 또 다음날 잘 살고, 그렇게 살면 된다

행복


 연말에 고 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비보를 접하고 며칠간, 어디 마음 둘 데가 없어 창밖을 내다보니 함박눈이 많이 내렸고 하늘이 어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둘러보다 기안 84가 MBC 연예대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매년 연말마다 하는 각 방송국의 연예대상은 그 방송국의 많은 프로그램에서 일 년 동안 고생한 관계자들끼리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잔치지만 그 비보를 접하고는 볼 수 없었다.



 기안 84의 연예대상 수상소감이 많이 와닿아서 계속 읽어보았다. 특히,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용돈 한 번 드리지 못했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 또한 힘든 상황에 있는 아이에게 사인과 함께 적어줄 메시지를 고민하다가 네잎클로버를 그려줬던 일화를 전하며 본래 세 잎이지만 상처가 난 자리에 새로운 잎이 나는 네잎 클로버처럼 모두가 행운이 있는 2024년이 되기를 소망했다는 수상소감이 인상 깊었다.



 그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상징하게 된 것은 나폴레옹시대 때부터라고 한다. 러시아 정복전쟁에서 패해, 후퇴하던 나폴레옹이 우연히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 세 개의 잎을 가지고 있는 클로버에 비해, 네 개의 잎을 가지고 있는 네잎클로버가 신기했던 나폴레옹은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머리를 숙였다고 한다. 그 순간 나폴레옹의 머리 위로 총알이 순식간에 날아갔고, 우연히 발견한 그  네잎클로버 덕분에 나폴레옹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우리 모두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렸을 때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 그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잎클로버는 늘 찬밥 신세였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바로 행복이다. 우린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사전적 의미의 행복은 알지만 어느 누구도 그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다



 네잎클로버는 콩과인 토끼풀의 돌연변이가 아닌 일시적인 기형 현상이라고 한다. 풀밭에서 우리가 네 잎클로버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은 일만 분의 일(1/10000)이라고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세잎클로버(행복)로 가득 찬 풀밭에서 꼭꼭 숨어있는 네잎클로버를 찾았을 때,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셀렘과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네잎클로버를 찾은 사람에게 행운이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다름 아닌 행운이기 때문이다. 창밖 키오스크엔 함박눈이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운의 로또복권을 사려는 줄이 백 미터는 서있는 것 같았다. 네잎클로버의 행운을 찾겠다고 우리도 주변의 무수한 세잎클로버의 행복은 버려두고 그 행운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래전 보았던 영화, ‘행복’(2007)에서 첫 마음을 잃고 은희(임수정)와 함께 생활하는 시골에서의 소소한 일상에 싫증난 도시남 영수(황정민)가 노후자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은희를 떠볼 때 그녀는 시큰둥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루 잘 살고. 또 다음날 잘 살고. 그렇게 하루하루 잘살면 된다고 나는 생각해. 왜 있지도 않은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 하루를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해 “



 우리는 대개 항상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며 살아간다.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생활하지만, 오늘 하루만 살 것처럼 행동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결국 자고 나면 또 오는 어제의 오늘, 내일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삶의 균형이다.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이 아닌 우리가 가진 자원의 균형 있는 배분, 즉 오늘과 내일의 밸런스를 말한다.



 누군가는 그 행복이란 것이 ‘삶에 대한 감사함의 크기’라고 말한다.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하루하루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미 비정상적인 삶을 살았던 코로나 사태를 경험했고, 그때 느꼈던 일상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교훈은 그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오늘과 내일을 함께 살아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 드라마 대사가 뜬금없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매바위, 제부도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것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문득, 고 이선균 배우께서 출연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에서 구조기술사였던 박동훈 부장(이선균)의 대사가 떠올랐다. 오늘이 지나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끝나고. 다시 또 2024년의 새해가 시작된다. 그리고, 또한 우리의 삶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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