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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Nov 04. 2024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2024 노벨문학상(한강)


드디어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소식은 여러 가지 국내외 문제로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했던 감정들을 한 순간에 날려 보냈다. 한편, 곧 드론택시가 하늘을 날고 로봇이 전쟁터를 누빈다는 세상에 북쪽에선 쓰레기 고무풍선을 띄우고, 그에 대응해 남쪽에선 확성기로 노래를 틀어주며 서로 싸우고 있다. 그처럼 우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동시에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살고 있다.


부석사, 영주 봉황산


2005년, 매해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나게 되는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실린 한강의 ‘몽고반점’으로 처음 그녀의 이름을 접했다. 그리고, 곧 출판했던 몽고반점을 포함한 연작소설 ‘채식주의자’(창비)를 읽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를 구매해 놓고 반쯤 읽다가 하마스의 무도한 민간인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팔레스타인 침략전쟁 때문에 제주 4.3을 다룬 그 소설을 계속 읽을 수 없었다.


무량수전& 안양루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그녀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 ‘의 표지처럼 거대한 쓰나미가 해변으로 밀려오듯, 감동과 축복으로 대한민국을 휩쓸고 말았다. 일순간에 한국문학을 세계의 중심으로 편입시켰음은 물론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 사건과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세계사적 지위로 그 위치를 재정립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더불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을 번역이 아닌 모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돌배나무, 무량수전앞


최근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열풍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음식평론가가 되었고, 그 경연에 출연한 요리사들의 식당에 긴 줄을 서게 만들며 침체된 요식업계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한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또한 오랜만에 서점에 긴 줄을 선 풍경을 연출했으며 모든 국민을 문학평론가로 만들었다. 세계 곳곳의 전쟁터를 보면서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주제가 세계적 보편성을 얻게 된 덕분일 것이다.


부석


 패션독서면 어떻고, 지적 사치와 허영이면 또 어떤가. 아무리 지나쳐도 우리의 영혼은 풍요로워질 뿐이다. 원래 독서는 언젠가 사다 놓은 책을 읽는 것이니까.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이유로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한강 작가는 고기 굽는 것도 보기 힘든 여린 마음의 소유자지만 역사적 상처를 외면하지 않았고 꾸준히 글을 썼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봉황산 부석사, 영주


그녀의 수상소감 발표와 기자회견을 보고 싶어 했지만 “지금 세계 2곳(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데, 축하 잔치를 해서는 안 된다” 는 그녀의 인류애와 함께 참혹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시민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모처럼 트윗 공간의 지적 수준이 높아졌고, 더불어 많은 인생의 고수들을 발견했으며, 겨울 내내 읽을 수 있는 도서목록을 얻었다.



 결혼 후 한강 작가는 "잔혹한 현실을 볼 때면 아이를 낳는 게 부모의 이기적인 선택은 아닌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왜 그렇게만 생각하냐"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맛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단데, 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냐"면서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냐"라고 물었다는 것이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였다.


당간지주&가을 철쭉꽃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세 번 만날 수밖에 없다. 그 세 가지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 직업을 선택하는 것,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삶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바뀌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만나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그다음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가끔은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한다고 해도 스스로 사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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