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본질이다
며칠 전 아이들이 석촌호수로 밤 산책을 하러 나간다면서 덴탈용 마스크를 쓰고 나가길래 옆에서 지켜보다가 한 마디 한 게 화근이었다. 산책 한번 하고 마스크 버리지 말고 잘 놓아두었다가 다시 아껴 쓰라고 했다. 그리고 산책을 다녀와서 큰 아이가 아내한테 왜 일회용 마스크를 위생개념 없이 다시 쓰라고 하냐며 잔소리를 했다.
일회용 덴탈 마스크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회용인데 그걸 다시 사용하면 얼마나 비위생적이겠냐고 말했다. 요즘 여기저기서 일부 어르신들이 마스크 대란 트라우마 때문인지 절약한다고 사용한 마스크를 또다시 사용하고 해서 비위생적이고 워험하다는 뉴스나 글이 많다며 싫은 소리를 했다. 아내보단 나한테 하는 소리 같았다. 모두 맞는 말이다. 내가 괜한 꼰대 짓을 했다. 이제 마스크 구하기는 누워서 떡먹기처럼 쉬워졌다.
언젠가부터 나는 아무리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나한테 큰소리로 뭐라 하거나 잔소리를 하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기분이 나빠진 지 오래됐다. 회사에서 직급이 높아지고 나서는 누가 나한테 무어라 비난하거나 큰소리를 내는 경우를 오랫동안 거의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려면 분위기를 살피고 나의 눈치를 봐서 정말 기분 나쁘지 않게 조심스럽게 말하곤 했기 때문이다.
상사가 듣기에 따라서는 기분 나쁜 말이나 옳은 말대꾸도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은 어떻게 보면 직장생활의 중요한 능력이고 태도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편하게 해 주고 잘 대해주어도 직장 상사는 상사일 뿐이다. 학교 선배가 아니다. 누구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기 마련이다.
아부인 줄 알면서도 사람인 이상 칭찬처럼, 아부는 아무리 지나쳐도 상사를 웃게 만들고 부드럽게 한다. 하지만, 그 상사는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아부를 즐기는 상사는 인품의 꽃이 필 수 없고, 당연히 인격의 열매도 맺을 수 없다.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하다가 예기치 않게 문득 협력업체나 회사 동료들의 부고를 받을 때가 있다. 퇴근할 때쯤 갑자기 부고를 받고는 내일은 중요한 회의 일정과 저녁 선약이 있어 갈 시간은 안되고 오늘 저녁 밖에는 조문할 시간이 없을 때가 간혹 있다. 그럴 때에 혼자 가기는 그렇고 누군가 함께 가고 싶을 때, 스스럼없이 전화를 해서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전화할 수 있는 후배 직원이 있다.
직장 상사가 문득 거리낌 없이 조문을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전화를 걸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내가 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직장생활과 성장이 담보될 수 있다. 물론 그 회사에 애정이 없어 늘 떠날 준비를 하며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있는 경우라면 예외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좋은 습관과 태도는 우리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회사생활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 간의 인간관계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직장생활도 넓고 길게 보면 보통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직생활의 범주에 속한다. 특별히 스페셜리스트들의 조직이 아닌 제너럴리스트들의 조직은 더욱더 그 직장 내 상하, 좌우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도체를 만들거나 미사일 또는 코로나 백신을 만드는 기술을 나 혼자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함께 일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업무 추진 실력은 물론이고 그 구성원들, 특히 직장 상사의 입장에서 늘 함께 하고, 쉽게 찾고 부탁할 수 있는 편안한 존재여야만 직장생활의 희망이 있다.
실력 있고 일도 잘하고 똑똑하긴 해도 직장 상사나 선후배 동료들에게 무언가 편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면 그 조직 내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에는 한계가 올 수도 있다. 재승박덕, 부덕의 소치로 언젠가는 스스로를 탓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질책을 받거나 듣기 싫은 잔소리가 나에 대한 애정을 동반하고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고칠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는 게 조직에서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조직 생활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직장 생활의 인간관계도 역시, 태도가 본질이다. 그렇게 스스로 태도를 갖추고 다듬어 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편안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인품의 꽃을 피우고, 인격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Origin of Species)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아니고(not strong), 스마트한 종도 아니다(not smart). 단지, 그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adapt to the environment)”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