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인간관계
뉴스에서 보는 회사를 그만두는 퇴사 이유 1등,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이 주된 이유라는 것은 현장에서 생활하는 누구나 매일 느끼는 일이다.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퇴사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직장 내 인간관계 관리에서 오는 피로와 고충이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그로 인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나거나 이직이 준비되지 않은 조건에서도 퇴사를 하고 만다. 실제로 면담을 해보면 겉으로는 딱히 누구누구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주변 동료들을 면담해 보면 대개가 직속 상사나 동료 선배 때문에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경우에도 오래전 상사의 합리적이지 못한 업무지시나 일처리 때문에 무척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다. 오죽 괴로워했으면 밀라노에 해외출장만 가면 출장 첫날마다 두오모 성당에 들러 성모 마리아 밑에서 촛불을 켜고 무릎을 꿇고 앉아 그 상사를 위해 늘 기도를 하곤 했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억울하고 자존감이 떨어져 죽고만 싶었다. 물론 지금은 그 상사와 함께 스스럼없이 옛날 얘기를 하면서 웃을 수 있지만, 그때는 내 입장에서만 생각한 결과였다.
회사를 떠나는 마당에 굳이 함께 일하는 동료나 상사를 디스하고 떠날 필요는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회사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분명하게 퇴사 이유를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충을 얘기해봐야 조직관리 측면이나 회사에서 특별히 해결해 줄 것이 없다는 스스로의 생각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틀렸다.
사회와 시대의 발전 속도와 맞추어 회사의 인사관리나 고충처리 시스템도 많이 발전하고 개선되어 왔다. 그렇지 못한 회사들도 많지만 지금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제도도 생겼다. 자리를 잡기까지는 또 몇 년이 더 흘러야 하겠지만 세상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은 중이다. 퇴사는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고 퇴사하려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그를 믿으면 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은 심각하게 상사와의 갈등에 힘들어하고 퇴사의 유혹에 시달려 본다. 나도 그런 상사와 일하게 되었을 때는 아침에 알람 소리를 듣고도 이불속에서 빠져나오기까지 꽤나 오래 걸리고 힘들어했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회사의 기준을 물어보면 ‘아침에 눈 뜨면 회사 출근하는 게 큰 부담 없이 일어나 출근하는 회사’라고 말하곤 했다. 의외로 요즘 회사원들은 돈 몇 푼 더 준다는 회사로 쉽게 옮겨가지는 않는다. 어느 조직을 가나 또라이의 구성비는 동일하다는 ‘또라이 총량의 법칙’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존감이 세고 또한 그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행위를 참아내기 어려워한다.
헤드헌팅 회사 사람들에게 들어보면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의 두배를 제시하면 질문이 한 가지밖에 없다고 한다. “언제부터 출근하면 돼요?” 현재 연봉의 1.5배를 제시하면 질문이 서너 가지는 나온다고 한다. “ 차량, 유류비는 지원되는 건가요? 학자금은 지원해주는지요? 성과급은 몇 퍼센트 주나요? 육아 휴직은 가능한가요?” 등등.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 해결은 두 가지밖에 방법이 없다. 첫 번째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처럼 내가 떠나면 바로 갈등은 해결된다. 하지만 아시겠지만 갈등은 해결되지만 새로운 고민과 고충이 셀 수 없이 새롭게 나타난다. 재취업도 해야 하고 등등. 그리고 결국은 또 새로운 곳에서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지 말란 법도 없다.
두 번째는 그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갈등의 상황이 너무나도 다양해 이거다 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갈등의 원인이 나한테 있으면 내가 고치면 되고, 반대로 상사나 동료에게 있으면 내가 그 사람들의 요구나 희망대로 바뀌면 된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결론은 내가 변하고 바꿔야 한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갈등을 가만히 참고 견디면 결국에는 내가 소멸될 뿐이다. 경험적으로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교훈은 “역지사지(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의 생각과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