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보다 무서운 오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스스로가 잘 나가거나 잘 나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로 인해 입사 동기들보다 먼저 승진을 했을 때라던지,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엑스트라급 연예인이었던 사람이 영화 한 편이 떠서 갑자기 일약 스타로 부각되었을 때라던지, 정치에서 또는 공직에서 자기가 모셨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그의 지위도 장관급 공직을 맡아 갑자기 급부상한 경우가 대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일일이 예를 들진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잘 나가다가 예기치 못한 일로 인생 최고의 위험에 빠져있거나 급 추락해 있는 그들에게 또 하나의 고통을 추가하고 싶지 않고, 예를 들지 않음으로써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는 그들을 배려한다. 하지만 아마 대개 우리 주변을 한 번만 둘러본다면 이런 사례는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연예가 중계를 통해 듣고 있는 연예소식에서, 또 요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비열한 정치판에서 어렵지 않게 흔한 UP&DOWN의 사례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그들은 잘 나갈 때 급 추락하고야 마는 것일까 의문이 들 것이다. 나름 사회과학적인 분명한 이유와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아래와 같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탁월한 성과와 함께 특진을 하거나 인기 있는 영화 한 편으로 갑자기 스타가 되었거나, 공직생활이나 정치계에서 신분이 수직 상승했을 경우를 보면, 일단 그 사람은 예전에는 이렇다 하게 주변의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며 갑자기 모든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부러움과 질투를 사게 된다. 그로 인해 세상에 발가벗겨지듯 노출이 많아지게 됨은 물론이다.
둘째, 그런 사람은 갑자기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다 보니 스스로 우쭐해지기도 하고,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되는 찬사와 칭찬에 교만해질 수 있고, 미처 본인의 그릇을 키워 놓지 못한 탓에 그 직분이 차고 넘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넘치고 흘리면 예전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젠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인력 시장이나 매니지먼트 업계, 또는 사회의 여러 단체에서 그를 통해 그들의 가치를 배가하기 위해 그런 사람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주특기인 감언이설로 그들을 뿌리째 흔들고 오판하게 해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뛰어넘는 오버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일 무섭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왕따보다 무섭다는 오버’를 하는 것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집단 이지메가 아닌, 스스로가 원인제공을 해서 발생하는 왕따의 경우에는 주변을 돌아보며 미처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행동하게 되면 일정 부분 오해는 사라지고 원래 상태의 인간관계나 상하관계로 회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버를 하게 되면 인간관계나 상하관계에 있어서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파괴적인 경험을 하게 될 뿐이다. 그래서 오버는 피동적인 왕따와 달리 내가 주체적으로 행동하여 상대방이나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라도 오버를 해서는 안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쏜 화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기분이 업되어 구름 위에 떠있는 듯한 흥분 상태일지라도 자신의 훈련된 방어기제인 이성으로서 그 급브레이크를 온 힘을 다해 밟아야만 한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 스스로 잘 나가고 있다고 느낄 때면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스스로에게 곧 다가올 위험을 직감하고, 겸손하고 또 겸손해져야만 한다. 그리고 먼저 주변을 돌아보면서 도움을 받았거나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에 있어 게을리하지 말아야 호사다마를 피해 갈 수 있다. 만약 흥분을 가라앉히고 평상심을 찾지 못한다면, 퇴근해서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자녀들의 방문을 열어보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사춘기 자녀들의 대답은, 뭐 문제 있냐는 듯한 생뚱맞은 표정과 함께
“왜?”
“나가!!!”
“문 닫아!!!”
세상에서 가장 미운 얼굴로 위 세 가지 중 단 한마디를 듣게 되고, 바로 업(up)되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down) 평온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혹시 갱년기를 겪고 있는 아내가 있다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짓, 한 가지만 하면 바로 집안은 발칵 뒤집어지게 된다. 6.25 전쟁은 전쟁도 아닌 폐허가 되면서 잘 나갈 때 느낄 수 있는 흥분된 마음은 keep calm & carry on(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몇 개월 전인 1939년에 대규모 공중 폭격이 예고된 가운데 영국 시민들에게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제작한 동기 부여 포스터 문구처럼, 차분하게 일상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오버할 일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의 인생은 위험에 빠질 일도 없고, 그 위험은 요즘 같은 봄바람에 황사 물러가듯 사라지게 될 것이다.
또한, 국가도 다름이 아닐 듯하다. 요즘 우리나라는 유사 이래로 가장 잘 나가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중심에 서 있다. 심지어 코로나 19에 있어서도 그 방역과 대책에서 세계의 표준이며 모델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주변 이웃나라들을 둘러보고, 엄청난 재난에 직면해 있는 여러 나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에서 보내는 존경과 찬사에 부응하는 진정한 선진국, 문화강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