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의 주인의식과 존버 정신
대학교나 기업들에서 패션과 관련한 특강을 의뢰해 올 때가 있다. 강의 계획을 협의할 때 패션학과 교수님들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패션회사에서 일하는 화려함이나 멋짐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일에 대해 학생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해 달라고 주문한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패션회사에서 일할 때 기대하는 화려한 패션쇼, 패션 브랜드 시장조사를 위한 해외출장 등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취업을 했다가 결국에는 패션회사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밤샘 디자인, 패션쇼, 브랜드 론칭 준비, 매장 오픈에 따른 특근과 야근에 힘들어하다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편, 일반 패션기업들에서는 강의를 마치고 나면 회사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대기업에서 삼십 년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느냐고 자주 묻곤 한다.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늘 똑같다.
“존버 하시고 주인의식을 가지세요!!! 주인처럼 일하지 말고, 항상 ‘주인을 의식’하면서 일하세요!!!”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에서 훌륭한 실적을 내야 한다던지, 또는 직장인으로서 프로페셔널하게 일해야 된다라고 일반적인 대답은 하지 않는다. 당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90년대 말에 불행인지 다행인지도 몰랐던 IMF사태를 겪었고, 또 전쟁 같은 고난은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물게 잘 극복한 사례가 있다. IMF 시련 이후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또한 프로페셔널 정신없이 일하는 직장인들도 많지 않다. 가끔은 어쩌다 처음 하는 직장생활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마저도 기업들은 인사교육시스템으로 교육해주는데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금도 그런 프로답지 못한 직장인이 계속 일 할 수 있다면 그 회사가 나쁜 회사던지 아니면 그 사람이 월급루팡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오래전 개발독재 시절에 국민 계몽을 위해서 교육부에서 발표했던 국민교육헌장(1968년)이 있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암기를 해서인지 그 한 구절은 지금도 매우 훌륭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중략)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스스로의 타고난 소질과 적성에 맞는 경우라면, 이제부터 설명할 존버 정신과 주인의식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존버 정신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것이다. 이외수 작가님이 설파한 ‘존X 버티는 정신’을 말한다.
직장생활은 일부러 부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듯이 인격수양을 위해 도를 닦는 곳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직생활에서의 많은 시련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퇴사하지 말고 일단은 버티고 또 버터야 한다.
시간은 흐르고 세월이 흘러서 부당한 상사는 사라지거나 은퇴하고 회사가 조금씩 발전하고 전진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 훗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뒤로하고 그 잘못된 관행이나 상사에게 부당하게 겪었던 불합리한 업무 방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 있고, 그때는 스스로가 합리적이고 올바른 기업문화로 고칠 수 있고 그 회사와 세상은 한 발자국씩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주인이라 생각하고 일하지 말고, 항상 일하면서 주인을 의식해야만 존버 할 수 있다.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방식대로만 일하면 진짜 주인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의 주인은 대주주, 창업주일 수도 있지만, 자기가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보스, 직장 상사이기도 하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해야만 존버 할 수 있다. 입장 바꿔 놓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렇게 일하는 방식이 조직에서 센스 있는 직장생활이다. 눈치 없는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삼 년, 오 년이 지나고도 그 조직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업무에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들까지 모두 그 회사에서 존버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자연의 순리와 같다. 봄에 뿌린 씨앗이 모두 싹이 트고 가을까지 살아남아 열매 맺지는 않는다. 아무리 씨앗이 좋아도 토양이 맞지 않는 곳에서는 싹을 틔우지 못하고 썩을 뿐이다.
그렇다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용기 있게 스스로 그 회사를 버리고 적성에 맞는 새로운 일을 찾아서 떠나면 된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이 그 일과 조직생활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없어 스스로를 합리화하거나 떠남을 머뭇거리게 되면, 스스로나 그 회사나 윈윈 할 수 없고 모두 손해일뿐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여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