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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Sep 15. 2020

열정은 혈기가 아니라 스펙으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일까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뉴스를 보면 올해 하반기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만큼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인터뷰를 하던 취업준비생은 일하고 싶은 곳, 희망하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고사하고 면접이라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대학 생활의 낭만은 없어진 지가 오래고 입학을 하자마자 바로 취업을 위한 학점관리 및  스펙 쌓기에 돌입을 하는 청년세대를 보면 밤고구마를 먹은 듯 가슴이 답답해진다. 기성세대로서 그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미안할 뿐이다.



열정은 혈기가 아니라 스펙으로 증명하는 거죠.


우리는 항상 시간이 없었다.
남보다 일찍 일어나고,
남보다 늦게 자는데도 시간이 없었다.
누구보다 힘들게 살았는데
개뿔도 모르는 이력서 나부랭이가
내 모든 시간을 아는 척하는 것 같아서,
분해서. 짜증 나서..



드라마 '쌈, 마이웨이' 중에서



 취업 전쟁이라고  표현한 지가 이미 오래고 현실에서 대학생들은 그런 환경에 맞추어 생활하고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고 현명한 것 같다고 이해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의 이런 현실이 정상이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만 하면 모든 상황이 그 순간 종료되고 앞으로는 꽃길만 걸을 것처럼 은연중에 암시를 하는 듯하다. 하지만 틀렸다. 다시 또 다른 시작일 뿐.


 삶이 그렇게 국가 자격고시처럼 간단한 문제일까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렇지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설사 그 국가 자격고시를 통과한다고 해도 또 하나의 새로운 문이 열리면서 사람 사는 세상의 웃고 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에 서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마저도 최근 의사협회의 파업에 따른 동조로 인해 첫 발걸음도 떼지 못한 채 의사고시를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갑갑하다. 삶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 말대로 학교에서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잠 못 자고 노력해서 의대만 들어갔다고 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현실을 처음 겪어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도 삶에서 매 순간 겪게 될 갈등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들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큰 아픔을 겪는 일이 없도록 원만하게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어떤 자격이나 어떤 직업이 영원히 스스로를 보장해주는 자격이나 직업은 있을 수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근시안적으로 지금 현재 잘 나가는 직업이라고 해서 향후 십 년, 이십 년 후에도 잘 나가는 직업이라고 아무도 개런티 할 수 없는 그런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지금의 코로나 이후 세상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행, 항공, 면세점 관련 산업들이 얼마나 세계적으로 활황을 맞았으며, 넘쳐났던 모든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우리를 해외로 떠밀었는지를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산업에서 들려오는 항공사 인수계약 파기, 구조조정 및 대량해고, 격월 재택근무 등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서 주로 찍었던 여행 프로그램마저 촬영을 할 수 없다. 국내 촬영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프로그램 자체가 무기한 연기 또는 폐지되고 말았다. 지금은 재방송이나 스페셜만 볼 수 있다.


 취업 준비를 할 때  첫째, 지금 잘 나가는 산업군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미래학자들이 정성 들여 쓴 책들을 읽어보거나 관련 TV 프로그램들을 다시 보기 해 보고 인사이트를 얻기를 권한다. 둘째,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에 게을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취업하는 것 이상으로 사실 제일 어려운 일이다. 금방 학습해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려면  이것저것 많은 음식을 먹어보아야 한다. 또한 그 음식을 오랫동안 먹어보아야 질리지 않고 그중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사람을 사귀고 연애를 하는 것도 똑같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과 오래 사귀어 보아야 정말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누군가에 첫눈에 반하는 위험한 짓을 섣불리 허락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누구 말처럼 하느님께 까불면 그런 첫눈에 반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흥분하지 말고 일단 진정하고 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삶이 위험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어떤 일이나 취업하고 싶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스펙을 쌓고 ‘열과 성’을 다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열정은 스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작정 스펙만 쌓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고 알아내는 일이 취업을 하는 일보다 백배 천배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더 우선이다. 경쟁력이 있는,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경제적 능력이 생기면 좋아하는 일은 취미든, 뭐든 함께 하면 된다.


 좋아하거나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평생을 개런티 할 것 같아서 자격증을 따거나 소위 요즘 잘 나가는 회사에 취업을 하는 것은 먼 훗날 자신을 삶의 위험에 빠트리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산업, 어떤 직군이라도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그 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부산 감천 문화마을


“나이 오십 넘으면 다들 이러고 살아요. 자동차 회사 다니던 진범이 지금 미꾸라지 수입해요. 은행 부행장 하던 권식이는 모텔에 수건 대고, 공부해서 다니는 직장 끽해야 20년이에요. 백세 인생에 한 직업으로 살기 지루하죠. 서너 개 해봐야 지루하지 않고 좋죠.”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에서



 십 년, 이십 년 후 그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거나  타의에 의해 알 수밖에 없어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면 삶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그때는 이미 가소성이 굳어져서 또다시 새로운 일을 찾아 성공을 한다는 것은 지금 취업을 하는 것 이상으로 몇 곱절 더 힘든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십 년, 이십 년이라도 다닐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땐 지금 보다 더 답이 없을 수도 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취업을 해서 객관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거나, 아니면 힘든 회사 생활을 하기 싫어서 자기 합리화만 하지 않는다면 이 년, 삼 년은 넘기지 말고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떠나야 한다. 지금 당장 떠날 용기가 없다면, 먼 훗날에 세상 사람들은 내게 특별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고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용기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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