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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Oct 06. 2020

 말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보여주면 그게 말인 거야

회사 일에 책임을 진다는 것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신규 프로젝트를 맡게 된 팀에서 일할 때가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라는 것은 회사에 그 사업에 대한 핵심 역량이나 축적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신규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도 매우 낮다. 급하게 조직된 팀에서도 어떤 경험을 공유한 팀워크가 생기기에는 너무 함께 일한 시간이 짧다. 나름 그 신규 프로젝트의 경험이 있는 인재들을 여기저기서 경력으로 채용하다 보니 업무에 대한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었지만 인성이나 품성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회사에서 처음 해보는 신사업에 도전하는 프로젝트이다 보니 그 사업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고 핵심 역량이 부족할 때가 많다. 반대로 그 신규 프로젝트는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보니 그 신규 프로젝트에 거는 회사의 기대와 관심은 차고 넘친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며 일해온 기존 조직의 팀과는 달리 서로 다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신규 사업에 인위적으로 프로젝트팀에 합류하게 된 팀원들과의 상호 소통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그래서 별일도 아닌 이슈를 가지고 팀 내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업무의 속도를 늦추는 심각한 오해나 불신이  팀워크를 무너뜨리고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을 때가 종종 있다.



 신규 프로젝트는 그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팀장, 즉 리더의 자격과 추진력이 매우 중요하다. 신규 사업을 위해 여기저기 다른 회사에서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지고 모인 팀원들을 하나로 묶어 줄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초반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언젠가 잘 나가던 기업이 부도가 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을 인수해서 그 회사를 회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몇 년 만에 다시 예전의 그 기업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매우 힘든 작업이고 프로젝트였다.


 회사의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기존 조직과의 이해 부족으로 인한 불협화음과 다툼이 일어날 때가 많다. 그때마다 업무 추진의 열정과 소신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때  “일이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매우 패기 있게 발언을 하는 동료 사원들을 만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사원이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추진하던 업무는 중간에 내팽개쳐버리고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떠난다는 말일 것이다. 물론 신규 프로젝트의 잘잘못이나 실패에 대한 책임은 그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가 지면 된다. 그리고 어차피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책임을 느끼는 것도, 책임을 지는 것도, 책임을 질만한 일을 하는 것도 다 그럴만한 자리를 가진 사람의 몫이자 권리야.”



드라마 미생(tvN, 2014) 중에서



 책임질 위치에 서게 되면 말이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책임이란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서 그 신규사업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방법으로 지는 것이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진다는 것은 책임질 위치가 아니면 기껏해야 사표를 던지는 것이다. 그 잘못된 프로젝트의 매몰 비용과 책임을 온전히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독박을 씌우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른 회사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설사 잘못이 있더라도 조금 가벼운 경우라면 징계 정도 받는 것을 책임진다고 하면 회사 일을 잘못 배운 것이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그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지 않고 떠나는 것은 책임도 신념도 아닌, 그야말로 정말 가장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교만하고 오만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그러니 우리를 보고 ‘월급쟁이’라고 비하하는 소리를 듣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책임이라는 핑계로 사표를 내는 것은 이유는 거창할진 몰라도 사실은 비겁하게 도망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말 어떠한 프로젝트나 일에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도 감동받을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한 후, 그 신규 프로젝트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회사의 처분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내 사업이 아니라고 해서 회사 일에 있어 책임진다는 말은 함부로 할게 아니다. 우리는 회사 일에 있어 자기가 책임진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책임을 지겠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게 곧 말이고 책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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