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지난 주말 화훼농장에서 무늬버드나무를 사왔다. 서울 근교의 수목원을 산책하면서 발견한 특별한 자태의 버드나무를 보고 사진을 찍어와서는 인터넷 검색을 하고 그 나무가 무늬버들,삼색버들,무늬버드나무 등 서너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나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곧바로 추진력이 강한 아내는 지난 토요일에, 그녀의 대리기사로 부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하남시 경계의 화훼농장으로 네비게이션을 통해 운전하도록 명령했다. 평소에도 꽃과 식물에 관심이 많은 나는 기꺼이 앞장서 화훼농장으로 아내를 안내했다. 함께 농장을 둘러보면서도 큰길가 갓길에 비상등을 켜고 세워 놓은 차를 왔다 갔다하며 나는 대리기사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삼색버드나무를 고르고 있던 아내는 내게 의견을 물어 볼라치면 내가 차에 가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드디어 참지 못하고 한마디했다. 함께 나무와 화분을 고르는데 집중하지 않고 산만하게 왔다갔다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차주인 아내는 나무 고르는데만 집중하면 되지만, 대리기사 역할인 나는 나무 고르는 것과 비상등을 켜 놓고 농원 앞에 세워놓은 차를 동시에 커버해야 하는 것을 이해해주기를 항변했다. 앞으로 업체 대리기사님을 이용할 때는 더 더욱 수고하는 그들에게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내가 고른 나무들과 화분, 분갈이용 부사토를 한 포대 싣고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옆자리에 앉은 아내의 등이 좌석에서 두 번 이상 떨어지지 않게 운전을 해서 돌아왔다. 틈틈이 기사 노릇을 할 때는 아내의 등이 좌석에서 두 번 이상 떨어지는 난폭하고 배려 없는 운전을 했다가는 바로 해고될 수도 있다. 아마도 그녀가 직접 운전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나는 가정에서 만큼은 특별히 내세울 게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내에게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아직까지 한 번도 내게 쓰레기 분리수거나 음식물 분리수거 봉지를 들려준 적이 없다. 뭐 거창한 이유는 없고 내가 그런 것들을 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그냥 싫단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아내는 포도나무,감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를 구별 못한다. 내가 유일하게 잡다한 지식을 뽐낼 때가 가까운 아차산을 산책할 때 아내에게 나무나 식물의 이름을 가르켜줄 때다. 요즘 아내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별하는 문제인데, 산책하다 물어보면 아내는 매번 틀린 답을 한다. 몇십번은 가르켜 주었는데 지금도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별하지 못한다.
오늘은 아침에 아내가 거실에 있는 삼색 버드나무를 바라보며 부실한 나뭇잎을 떼어주고는 너무 예쁜 나무라며 무척 애정 하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삼색 버드나무는 물이 부족해 시들시들하고 있었다. 그렇게 애정 하며 아침 내내 보살핀 삼색 버드나무가 시들어있는 것은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물었지만 아내는 그 차이를 몰라서 그랬단다. 꽃집에서 관상용 나무나 식물을 사 갈 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얼마 만에 물을 주어야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것이란다.
그러면 대개 꽃가게 주인들은 손님의 환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식물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열흘, 보름 만에 한 번씩 흠뻑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초보자들은 그 말대로 일주일이면 일주일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관계없이 규칙적으로 물을 준다. 그러면 그 나무나 식물은 어느 계절엔가는 과유불급, 지나치게 물을 자주 주게 되어 잎의 끝이 까많게 되면서 시든 것처럼 죽어 간다. 그러면 잎이나 줄기가 시든 것을 보고 물이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더 많이 물을 주게 되고, 결국엔 뿌리가 썩어 죽고 만다.
사람과의 관계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애정과 관심을 주고 간섭을 해서 대개는 불편하게 만들고, 또한 그 사랑을 받는 상대방은 긴장이 풀어지고 당연한 권리가 되어 오히려 관심이 멀어지게 된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다 보면 그 게 고마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인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 밖에는 없다. 아니면 종교이던가. 어떻게 보면 부모, 자식 관계도 공짜는 없다. 기대나 보상 심리가 따른다. 그처럼 화초나 관상 식물을 키울 때는 처음 키워보는 초보자들은 무관심한 게 지나친 관심과 사랑보다 나을 수도 있다. 잎이나 줄기가 시들어지면 그때에나 가끔 한 번씩 물을 흠뻑 주는 것이 백배 낫다. 그럼 최소한 죽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스스로 느끼는 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절반만 표현하는 게 지나친 관심과 애정 표현보다 더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지속 가능한 연애 관계를 보장할 수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연애를 처음 경험해보는 사람에게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은 또 다른 문제다. 결혼의 실패가 이혼이 아니듯이, 연애의 성공 또한 결혼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을 동일시하면 당분간 무척 힘든 결혼 생활이 기다리고 있게 된다. 연애는 연애고, 결혼은 결혼이다. 화분에 물을 주는 것처럼 인간관계에서도 규칙적인 그 무엇은 없다. 늘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뿐.
화초나 식물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상태에 따라 물을 주어야 한다. 그들의 상태를 무시하고 규칙적으로 물을 준다면, 건강검진 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앞두고 그 전날 규칙적으로 두 시간마다 잠도 못 자면서 맛이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하얀 가루약을 탄 물을 2리터씩 먹어야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화초나 식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다르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인 태도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인다는 것이다. 모든 관계에서 건강하고 발전적인 관계란,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