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과 해도 되는 것

금기

by 봄날


하고 싶은 것과 해도 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도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 하지 않는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의 기준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함으로 인해서 그 누군가에게 또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가 그렇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들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과 봐도 되는 것, 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꼭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내가 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도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내 것이 아닌 남들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기 마련이다. 그림이나 영화처럼 돈을 지불하고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또한 그 어떤 누군가가 잊히기를 바란다면 그 뜻을 존중해야만 한다.


나무 백일홍(배롱나무)

먹고 싶은 것과 먹어도 되는 것,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도, 반드시 먹을 수 없는 것도 많다. 내가 그 음식을 먹어서 나의 건강을 해친다면 나 스스로 그 음식을 멀리해야만 한다. 그 음식을 먹고 난 후 그 음식을 즐기며 먹던 즐거움의 몇 배의 고통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자제해야만 한다.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몸의 저항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먹는 것을 잘 가려 먹어야 한다.


갖고 싶은 것과 가져도 되는 것, 갖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도 꼭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갖고 싶은 것을 가졌다고 반드시 꼭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또 갖고 싶은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욕망에 휘둘리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일이란 생각만 해도 끔찍한 고통일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해서는 안될 금단의 열매를 딸 수밖에 없다. 도박이나 마약처럼.



하고 싶은 말과 해도 되는 말, 내가 생각한 대로 모든 것을 말로 다 할 수는 없다. 설사 맞는 말이라고 해도 할 수 있는 말과 해도 되는 말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도, 해도 되는 말도 옷 입기처럼 T(time). P(place). O(occasion)가 있다. 온기가 있는 따뜻한 말이 아니라면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판단이 안되면 말없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쉽다. 때와 장소와 경우에 맞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이 되면서도 내뱉는다면 그 말은 쓰레기일 뿐이다.


반드시 동의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런 금기를 잘 지킬 수 있는 자기 통제의 힘을 두고 한 사람의 인품과 인격을 평가한다. 그중 단 한 번이라도 자기 통제의 힘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깨진 유리창처럼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살다 보면 어쩌다 시험에 당할 정도의 그 어떤 무엇을 욕망하거나 끌림이 있을 때가 왜 없겠는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기



아직 저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 마음속에는 많은 금기가 있습니다
얼마든지 될 일도 우선 안 된다고 합니다

혹시 당신은 저의 금기가 아니신지요
당신은 저에게 금기를 주시고
홀로 자유로우신가요

휘어진 느티나무 가지가
저의 집 지붕 위에 드리우듯이
저로부터 당신은 떠나지 않습니다



이성복 시집 “그 여름의 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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