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변화는 발전이다

by 봄날


한 때 회사에서 맡겨준 수명 업무에 대해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후배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잘하라고 말하곤 했다.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그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누구나 열심히 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자신을 믿고 맡겨준 프로젝트에 있어서 그 기회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열심히 하지 않을까만은 진정 그 일을 잘 해내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주어진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잘 해내기란 지혜롭지 않으면 그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울 뿐이다. 오래전 회사에서 교육을 받을 때 늘 듣던 회사 내 인재에 대한 세 가지 분류가 기억이 난다.



첫째, 人材(인재)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


둘째, 人災(인재)

사람에 의하여서 일어나는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


셋째, 人在(인재)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존재감 없이 그냥 있는 사람



원추리


교육을 위해 조금은 작위적인 분류이긴 했지만 어떤 일에서는 현실에서 직접 그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도 있다. 그중에서 제일 곤란한 경우가 두 번째의 인재다.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경우가 대개는 또, 회사 일을 나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른다. 물론 열심히라는 기준은 곧 그의 기준일 뿐이다. 조출 만퇴, 즉 가장 일찍 출근하고 일이 있든 없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주 5일 근무제와 9to5 시대가 아니더라도 프로는 결과로 말할 수밖에 없다. 칠팔십 년대의 개발도상국일 때나 맞을 수 있는 스타일 또는 리더십이다. 그때는 수요보단 공급이 적었으며, 사람, 상품보단 시장이 넓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한치의 빈틈도 없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상이 되었다.


시대와 세상이 변하고 달라졌다. 십 년이 한 세대일 정도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간다. 이제 정보의 격차나 시간의 차이를 이용해 먹고살던 업종들은 모두 도태되고 있는지도 오래되었다. 왜냐하면 정보의 고속도로가 아니라 빛의 속도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know-how의 시대를 지나 know-where의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드림 소사이어티로 들어선 지가 이미 오래되었을 뿐이다. 누가 더 좋은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에서 실천해낼 수 있는지가 성공과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패튜니아


이런 시대에는 세 번째의 그냥 회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금방 또는 일정한 직급까지가 한계일 수밖에 없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곳에서 그 발전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했으면 오히려 일찍 회사를 떠나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냥 있는 사람으로 그 회사가 좋다고 오래 더 머물러 있다가는 가소성이 굳어져 회사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번째 경우의 인재라면 자신의 선택과는 달리 자의 반, 타의 반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기업의 속성은 효율성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시대는 안온한 휴일 오후의 한낮 같은 평온함에 머물지 말고 끊임없이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을 업데이트해야만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것저것 귀찮다고 모두 버리고 흔히 하는 도시인들의 로망인 귀농귀촌을 한다 해도 그런 정신 상태로는 오래 버틸 수가 없다. 물론 땅은 정직해서 열심히 일한 사람을 쉽게 배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땅만 보고 살 수는 없다. 지구 환경의 변화로 급격하게 나빠지고 변해버린 하늘의 기상재해는 피해 갈 수 없다. 그리고 달라진 소비자의 입맛과 유통과정의 변화로 그 역시 모든 것이 변해가고 있어 열심히만 농사짓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거기서도 용맹 정진하며 업데이트하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대응해야만 평온한 삶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할 때가 많다.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낮은 자세로 지금의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귀 닫고, 눈감지 말고 적극적으로 시대의 변화와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 싸움을 해보거나 운동을 하면 알 수 있겠지만 자세를 높게 가지면 그 중심을 잡기가 어렵고, 또한 균형을 유지하기가 힘들어 민첩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무너질 뿐이다. 그냥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저항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순리에 따르면 된다. 사회나 회사나 가정에서 모두 일맥상통하는 얘기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지만, Past is past, 과거는 과거 일뿐이다.

가끔 비가 내린 후 세차를 할 때 자동세차를 해본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차 요원이 안내하는 대로 내가 해야 할 기본, 즉 기어를 중립에 놓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사이드미러를 접고 왼쪽 바퀴가 자동세차 기기에 물리게만 하면 된다. 의외로 간단하고 쉽다. 그다음엔 알아서 자동세차 기기에서 물을 뿌리고, 비누거품 내고, 브러시가 닦고, 송풍기가 물기를 제거하고 말려준다. 게다가 미쳐 덜 닦인 곳까지 일일이 세차 서비스 기사들이 알아서 손걸레와 진공청소기로 먼지 하나까지도 없애준다. 자동 세차할 때처럼 그 시대정신과 흐름에 내가 해야 할 기본, 즉 변화를 수용하고 업데이트하면서 자신을 맡기고 내 할 일을 해나가면 된다.


개망초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태도가 본질이다.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대해 유한한 지식과 교만으로 무한한 삶의 비밀을 다 알려고도, 저항하지도 말고 순리에 맡기면 된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그 시대적 변화와 흐름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소명을 다하는 태도가 본질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나 사회나 회사, 가정에서도 구시대적 경험이나 사고에 얽매인 채, 새털 같은 기득권을 유지해 보려는 오만과 교만에 가득 찬 태도로 업데이트되지 못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결국에는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새털처럼 한방에 훅하고 날아가는 똑똑한듯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사람들일 뿐이다.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변화하는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인데 그걸 못 받아들인다. 변화는 곧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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