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말리는 밤
오전 10시 11분.
웃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화면 속 다른 사람들처럼.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입꼬리를 올리고, 리액션을 했다.
그러다 순간, 화면이 멈췄다.
그쪽 인터넷이 문제였는지, 내 표정이 정지된 채로 몇 초간 화면에 고정되었다.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고, 눈동자만 살짝 흔들렸다.
나는 그 정지된 내 표정을 봤다.
조용히 웃고 있는 나.
그 웃음은 내 표정이 아니라 내 감정이 멈춰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의가 끝나고, 전원을 껐다.
방 안은 고요했다.
방금 전까지 나는 말하고 있었고, 웃고 있었고,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은 아무 말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연결도 없다.
거울을 봤다.
웃지 않는
밝지 않은
평온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안쪽을 들여다보면
무언가가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두었다.
무거운 감정은 아니었다.
가벼웠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가볍고 팽팽한 상태.
얇은 비닐풍선 같았다.
작은 압력에도 터질 수 있는,
그런 얇고 팽팽한 감정.
그래서 조심스럽게 숨을 쉬었다.
말을 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감정을 건드리면
소리가 날 것 같았다.
오후가 되자 햇빛이 거실 바닥에 번졌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소파는 폭신했고,
공기는 조용했고,
이불은 아직 거실 구석에 개켜져 있었다.
그때 츠키마루가 나타났다.
말없이 내 옆에 앉았다.
언제 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가만히 있었고,
츠키마루도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츠키마루가 조용히 움직였다.
이불을 펴서 나에게 덮어주었다.
꾹 누르지 않고,
살짝 얹는 정도로.
덮는다는 느낌보다,
감정의 부피를 눌러주는 기압 조절 같은 동작.
나는 눈을 감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츠키마루는 잠깐 내 손을 보더니
그냥 가만히 있었다.
나는 입꼬리를 조금 내렸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조용히 웃고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할 때가 있다. 가끔은 힘을 빼는 시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