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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쟈 Jul 08. 2019

사랑의 다른 모습.

영화 리뷰 [팬텀 스레드]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레이놀즈 우드콕), 빅키 크리엡스(알마), 레슬리 맨빌(시릴 우드콕)




<스포일러 일부 포함>



처음에는 유명 의상 디자이너와 그의 뮤즈에 대한 사랑스러운 영화로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재 의상 디자이너인 줄 알았던 레이놀즈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불쌍한 사람이고, 그의 뮤즈로 보였던 알마는 레이놀즈를 마음대로 요리하는 요리사였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레이놀즈는 16살, 몇 달에 걸쳐 어머니의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난 뒤 의상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렇기에 그의 일생을 바친 직업에 어머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머니의 죽음의 시기나 원인은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죽은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옷자락에 꿰매어 다닌다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아직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유아기적 성격은 일상생활의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끔찍하리만치 까다로운 음식 취향과 소리에 민감한 그의 모습은 낯선 세상에 두려움과 알 수 없는 강박을 가진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보인다. 


‘알마’가 오기 전까지 이런 그를 통제하는 사람은 누나인 ‘시릴’이다. 

그녀는 ‘레이놀즈’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정리한다.  상류층 여성 고객들은 그녀들이 원할 때 그를 찾아와서 옷을 주문한다. 레이놀즈는 그녀들이 찾아와 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또한 그는 싫은 사람의 옷도 억지로 만들어야 하고, 가기 싫은 자리에 초대받아도 거절하기 힘들다. 옷을 주문하는 여성들은 그에게 은근한 유혹의 눈길을 던지지만 그뿐이다. 


레이놀즈의 성인 ‘우드콕’이 의미하는 바는 ‘진짜 남근이 아닌 ‘우드’로 된 가짜 남근’, 즉 언제든지 대체 가능하며, 어쩌면 상류층 여성들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되는 그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그는 여전히 죽은 어머니의 그림자 속에 있으며, 누나의 통제하에 있다.  그가 제대로 된 사랑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레이놀즈가 만났던 여성들은 (상류층 여성들이 그를 대했던 방식처럼) 마네퀸처럼 소모되었을 뿐이다. 그녀들은 그가 필요할 때 불려 왔으며, 소용이 다하면 대체되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러한 규칙을 최초로 거부한 것은 ‘알마’이다. 그녀는 우드콕 하우스의 규칙에 저항한다. 

단순한 저항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규칙으로 새롭게 쓴다. 레이놀즈의 유아적 성향을 파악한 그녀는 그에게 독버섯을 먹이면서 유아기를 재현한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쓰러지며 먹은 음식을 토하고 웅크린 채로 모든 것을 그녀에게 내 맡긴 그는 무방비 상태의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알마는 그런 그를 돌보고, 열에 들뜬상태로 침대에 누운 그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의 어머니의 유령을 본다. 잠시 후 알마가 나타나자 그 유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드디어 그의 마음속 어머니의 유령의 자리가 알마로 대체되는 것이다.  


영화 말미에, 독버섯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 ‘레이놀즈’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그의 마음속에 그녀의 자리가 얼마나 굳건 해 졌는지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이제 그녀의 통제 하에서 생활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이제 우드콕 하우스는 알마 하우스로 재편되며, 그의 재능은 알마에게 착취될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뒤틀린 구석이 있지만, 어쩌면 서로에게는 가장 잘 맞는 방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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