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전작 읽기 다섯 번째]
성
프란츠 카프카, 권혁준 옮김
K는 ‘토지 측량사’로 고용되어 성에 도착했지만,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허락받지 못한다. 우연히 들른 여관에서, 주점의 여급이면서 성의 관리인 클람의 연인이기도 한 ‘프리다’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둘의 생계를 위해 학교 관리인으로 근무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프리다는 K를 떠나 다시 여관으로 돌아가고, K는 에어랑어 비서와의 심문을 위해 여관으로 갔다가, 뷔르겔 비서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으나 그날의 만남은 소득 없이 끝나며, 소설은 미완성으로 마무리된다.
소설 속에는 그 실체가 모호한 존재들이 있다.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만 그럴수록 더욱 모호해진다. 멀리서 보면 분명히 존재하는데, 가까이 다가가려 할수록 오히려 더 멀어진다.
주인공인 K는 ‘토지 측량사’라고 소개되었으나, 그가 정말 토지 측량사가 맞는지 어떤 목적으로 성에 왔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토지 측량사는 토지의 면적과 그 소유관계를 결정한다. 따라서 그의 토지 측량 결과가 마을 사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을 사람들이 그를 경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그의 직업이 ‘토지 측량사’로 설정된 것에는 카프카의 의도가 다분하다.
“아주 자그마한 몸집에 슬픈 표정과 야윈 뺨을 가진 금발의 평범한 아가씨(P55)”인 프리다가 어떠한 경위로 모든 사람이 경외하는 클람의 연인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순수한 열정으로 K를 사랑하여 자신의 지위를 모두 버린 것처럼 보였던 그녀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페피의 말을 들으면 자신의 지위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K를 이용하였고 그를 버림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한 잔인한 여자이다. 그녀에 대해서도 무엇이 진실인지는 독자들은 알 수 없다.
그리고 K가 그토록 도달하고 싶었던 성. 성으로 이르는 길은 계속 이어져 있지만, “성이 위치한 산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가다가도 의도인 양 옆으로 굽어졌다. 성에서 멀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까워지지도 않았다.(P20)”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을 거리처럼 보이지만 성으로 향하는 길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마치 K가 성으로 향하는 과정과도 같다. K에게 성의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는 모두 멀기만 하다.
결국 K의 여정의 끝을 보지 못하고 소설은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처음 K가 성으로 향한 날의 모습을 보면, K는 결국 성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을 맞이 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저 위의 성, K가 오늘 중에 도착하기를 희망했던 그 성은 벌써 기이할 정도로 어둠에 잠긴 채 다시 멀어져 갔다. 그런데 잠시 헤어지는 것에 대한 인사라도 하려는 듯 성에서 경쾌하게 종소리가 울렸다. 마치 그가 막연히 동경하던 바가 이제 곧 실현될 것임을 암시라도 하는 듯한 종소리에 그저 한순간 그의 가슴이 떨렸다. 그것은 고통스럽기도 한 울림이었다. (P27)”
이외에도 바르나바스, 올가, 여관 여주인, 클람 등 소설 속에는 그 실체가 불분명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그들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려는 순간 소설이 미완성으로 끝나면서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지만 소설 속 성의 의미, 클람의 존재 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책이며, 그로 인해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또한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만큼 여러 번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