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즐겁습니다.
이를 같은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연극의 3요소 중에 하나가 관객이듯이, 내 연구를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연극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아무리 연구가 좋아도,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김이 빠지거든요.
그런데, 그래도 가슴 한켠에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그게 무엇일까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만, 우연히 어느 창업 경진 대회 구경을 가서 자수성가한 벤처 CEO 의 짧은 강연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 해답이 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이 생물 관련 대학교수던 시절, 힘들게 연구한 결과를 네이처 등 저명한 저널에 발표할 기회가 왔더랍니다. 그게 너무 기뻐 자신의 어머니에게 자랑아닌 자랑을 했는데 어머니는 그게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죠.
물론 내 스스로의 즐거움이 인생에서 갖는 가장 큰 가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이 이해해주고 기뻐해주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즐거움이죠.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골을 넣으면 경기에 이깁니다. 단순한 그 사실로 온 국민이 기뻐하는데, 저널에 뭘 실으면 주변 사람은 그게 뭔지도 잘 알기가 어렵습니다. 과학자의 길에는 이런 즐거움이 좀 빠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가 더 전문화 되고 고도화될 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겠죠. '나혼자 산다'에 코드쿤스트가 나왔더군요. 연구원인 동생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도 동생은 잘 대답해주지 않고 형도 굳이 더 캐묻지 않습니다.
일반인과 과학자의 간극을 좁혀주는 훌륭한 분들이 계십니다.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철학을 일반인에게 쉽게 이야기해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뇌신경학자의 관점에서 여러 과학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는 정재승 교수의 저서들, 건축에 대한 참신한 시각을 제공하고 이해하기 쉽게 재미를 준 유현준 교수의 건축 이야기, 여성 식물학자의 삶을 해학으로 풀어낸 랩걸이라는 책... 전문적인 영역도 교양 인문학처럼 재미있을 수 있죠.
발과 발목의 건강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우리 몸을 이해하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유용한 목적은 차치하고서라도, 순수한 학문에 뒤지지 않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순수한 학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발과 발목의 이야기는 굳이 병에 대해 일일이 공부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학문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의 소통을 통해 그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