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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Jun 04. 2023

무의식편향 (2)

클래식이나 헤비메탈이나... 뭐 달라?

무의식편향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이라면 우리는 누구도 편향성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 비난하고 싶고 가급적 피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 교육과 성숙의 문제일 것이다.


이른 아침 출근길 Dark Mirror ov Tragdegy의 조용하지 않은 음악을 조용히 들으며 몸 안에 여지껏 늦잠자는 세포를 깨워본다. 피곤한 퇴근길에는 슈만의 에튀드 심포니(Op. 13)을 삼키며 대곡의 흐름을 따라가본다. 아침 저녁으로 선곡된 음악이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음에 나 스스로 가끔은 어처구니없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음악에 편식없기 때문이라고 곱디곱게 봐준다면 이 세상은 평화로워지고 더 이상 편향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심리학자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어질 것다.  


맞다. 요즘 이 두 음악에 빠져있다. 어찌어찌 알게 되어 유레카를 외치고 한 곡에 꽂히면 한 달 정도는 출퇴근길에 거의 반 자동적으로 플레이를 누른다. 아침 곡은 대한민국의 유명한(?) Black Metal 밴드의 12분가량의 심포닉 곡으로 서정성짙은 한국적 선율과 피아노 그리고 여성 코러스가 긴 여운을 남기는 곡이다, 퇴근 곡은 7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을 예매하고나서 듣기 시작한 38분가량의 곡 제목 그대로 심포닉 곡이다. (정확히는 교향곡이 아니라 교향적 연습곡)

  

헤비메탈 음악 좋아해요. "와 그렇게 안 생겼는데!". 어쩌다 술자리에서 흔하지 않을 법한 얘기를 하면 커밍아웃이 어떤 기분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을 느낀다. 클래식 음악 좋아해요. "와 그렇게 안 생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클래식 좋아한다는 것도 커밍아웃을 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희한하게도 반응마저 똑같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야 클래식을 좋아하게 생긴 건지, 장발 머리에 해골바가지 반지를 끼고 있어야 헤비메탈을 좋아하게 생긴 건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임윤찬도 헤드뱅잉 잘하게 생겼더구먼.

Plus) '독서가 취미예요'도 마찬가지. 와 그렇게... 하하 ^^.


동네 중화요리집에 클림트의 '키스' 그림이 걸려 있다.중국 이미지가 떠오로는 빨간 홍등이라면 자연스럽게 어울릴 듯하겠지만 '키스'의 노란 색감이 자장면집에 이상하다고 보는 건 편견일까? 아니면 형편없는 예술적 감각일까? 사장님은 무엇을 기대하고 걸었는지, 사장님도 누구 그림인지도 모르고 걸었을지는 모르겠다. 편향성을 없애고 편견을 갖지 않으려면 둘 사이의 어떤 관계도 연결 지으려는 생각을 끊는 연습이 필요하다. 클림트는 클림트였고 중국집은 중국집 제 갈 길을 가고 있을 뿐이라고 주문을 외워본다. 다만 둘 사이를 연결 지으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때 적극 호응해 주면 될 뿐이고... 자장면집의 키스가 걸린 합리적인 이유 (가급적 낭만적인 이유)를 기대해 본다. 만약 설명된다면 그게 바로 예술이니까.


음악에서만큼은 편향으로 인해 소소한 마음의 스크래치를 겪은 바가 많으니 클래식이든 헤비메탈이든 둘 다든, 뭐라 할 때 뜨악하는 눈빛은 거두어 주었으면 좋겠다. 남이 나에게 해 주길 바라는 데로 행동하려 노력하지만 세상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으니 억울해하지 않으려면 아예 꺼내지를 말거나. (반대로 확률은 심하게 떨어지긴 하지만 이게 맞는 사람을 찾는다면 찐 친구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다)




Dark Mirror ov Tradegy (EBS Onstage)

https://youtu.be/Gju_y4lQkrM


Schumann - Etudes Symphoniques Op. 13_Vladimir Ashkenazy (YuoTube)

https://youtu.be/N088Me5T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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