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도서관은 마트라고 부른다. 그것도 대형마트.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생필품과 즐길거리가 거기 있다. 나는 마음에 드는 게 보이면 카트에 담기만 하면 된다. 내가 직접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잘 찾는 지혜도 필요하고 때로는 잘 찾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혹시나, 내가 찾지 못한 물건이 있다면 내가 아직 작은 마트밖에 가보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다.
여기 브런치도 도서관에 견줄만한 대형마트다. 책의 씨앗이 될 글이 모락모락 피어나서, 무럭무럭 자라나, 성큼성큼 나에게 배달되는 온라인샘플대형마트. 샘플. 화장품 미리 써 보라고 보내주는 그런 거. 때로는 발행된 책보다 정제되지 않은 리얼 스토리에 더 많은 걸 배우기도 한다.
요즘 스트레스가 몰려오다 보니 음악에 손 가는 것조차 힘들 만큼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번 주는 아무런 글 한 줄도 못 쓸 것 같았다. 하나씩 하나씩 해치워나가자는 모토가 있지만, 하나 해치울 때 두 개, 세 개의 또 다른 일이 쌓이다 보니 어라... 이건 좀 감당이 안될 것 같아 살짝 우울하기도 하다. 어떻게 이 스트레스로 내일 하루를 또 버티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브런치의 한 작가가 생각난다. (어느 작가님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와.. 사람이 이렇게 바쁘게 살 수 있을까, 밥 벌어먹자고 하는 일인데, 정말 밥은 먹고 다니는 건가 싶을 만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초인적인 스케줄을 보여준다. 그런 생활이 주말까지도 이어진다. 나 같으면 미쳐버렸을 것 같아. 정말 이렇게 먹고 살아야하나? 인생에 낙이 있긴 하는 걸까? 글에 나타난 적나라한 모습이 하루의 모든 일과를 보여주는 건 아닐 거라 믿어본다. 분명 중간에 휴식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수다도 떨고 그럴 거야.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고 의심하며 그 분을 살려내려는 상상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의지는 지극히 상대적이다. 원초적으로 말하면, 내 눈에 보이는 인간들과 비교한다. 군대에서 20킬로가 넘는 무장을 들고 긴 행군을 버텨내는 건 내 앞사람, 내 뒷사람도 거친 숨소리를 내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 35킬로 지점에서 숨이 헉헉 넘쳐올라도 함께 뛰고 있는 주변사람들도 상황이 다를 바 없으니 의미없이 뒤 돌아볼 필요없이 계속해서 나를 채찍질하는거다. 다 같이 야근하면 몸도 마음도 덜 피곤한데 혼자 야근하면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임에도 기분마저 좋지 않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참혹해서 비록 내가 하는 일이 힘들지만 전쟁과 비교할 수 있냐며 감사하고 이겨낸다는 멘탈이 있다면 정말 존경해 마지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도 회사 일에 머물고 있는 지극히 상대적인 공간이다. 매니저로서 다른 매니저들과 비교해서 업무의 강도가 높아 주말 출근도 잦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회사는 더 많은 돈을 주잖아! 쪼금 더) 그건 내가 내 주변의 매니저들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브런치의 그 작가님의 업무 강도와비교하면 퇴근시간도 어느 정도 보장되고 짧게라도 집에서 책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징징대며 하소연하는 철없는 아이로만 보일 것 같다. 그렇게 객관화한다 하여 내일 업무가 갑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작가님이 있기에 지금 내가 부딪히고 있는 많은 일들이 결코 감당해내지 못할 일은 아니라는 점만큼은 확신을 갖게 한다.
오늘 일찍 퇴근하네요? 약속 있나 봐요?
네 약속이 있어서 먼저 들어갑니다. (칼퇴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노트북 들고 집에서 일할 거니 기분이라도 내보려 칼퇴한다.
오지게도 바람을 맞아 한쪽으로만 자라났구나. 그래도 용케 버텨냈구나. (월악산 정상 근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