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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Oct 15. 2023

아씨... 존경합니다.

겨우 힘내어 몇 글자 적어봅니다

    흔히들 도서관은 마트라고 부른다. 그것도 대형마트.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생필품과 즐길거리가 거기 있다. 나는 마음에 드는 게 보이면 카트에 담기만 하면 된다. 내가 직접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잘 찾는 지혜도 필요하고 때로는 잘 찾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혹시나, 내가 찾지 못한 물건이 있다면 내가 아직 작은 마트밖에 가보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다.


    여기 브런치도 도서관에 견줄만한 대형마트다. 책의 씨앗이 될 글이 모락모락 피어나서, 무럭무럭 자라나, 성큼성큼 나에게 배달되는 온라인샘플대형마트. 샘플. 화장품 미리 써 보라고 보내주는 그런 거. 때로는 발행된 책보다 정제되지 않은 리얼 스토리에 더 많은 걸 배우기도 한다.


    요즘 스트레스가 몰려오다 보니 음악에 손 가는 것조차 힘들 만큼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번 주는 아무런 글 한 줄도 못 쓸 것 같았다. 하나씩 하나씩 해치워나가자는 모토가 있지만, 하나 해치울 때 두 개, 세 개의 또 다른 일이 쌓이다 보니 어라... 이건 좀 감당이 안될 것 같아 살짝 우울하기도 하다. 어떻게 이 스트레스로 내일 하루를 또 버티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브런치의 한 작가가 생각난다. (어느 작가님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와.. 사람이 이렇게 바쁘게 살 수 있을까, 밥 벌어먹자고 하는 일인데, 정말 밥은 먹고 다니는 건가 싶을 만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초인적인 스케줄을 보여준다. 그런 생활이 주말까지도 이어진다. 같으면 미쳐버렸을 같아. 정말 이렇게 먹고 살아야하나? 인생에 낙이 있긴 하는 걸까? 글에 나타난 적나라한 모습이 하루의 모든 일과를 보여주는 건 아닐 거라 믿어본다. 분명 중간에 휴식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수다도 떨고 그럴 거야.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고 의심하며 그 분을 살려내려는 상상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의지는 지극히 상대적이다. 원초적으로 말하면, 내 눈에 보이는 인간들과 비교한다. 군대에서 20킬로가 넘는 무장을 행군을 버텨내는 건 내 앞사람, 내 뒷사람도 거친 숨소리를 내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 35킬로 지점에서 숨이 헉헉 넘쳐올라도 함께 뛰고 있는 주변사람들도 상황이 다를 바 없으니 의미없이 뒤 돌아볼 필요없이 계속해서 나를 채찍질하는거다. 다 같이 야근하면 몸도 마음도 덜 피곤한데 혼자 야근하면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임에도 기분마저 좋지 않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참혹해서 비록 내가 하는 일이 힘들지만 전쟁과 비교할 수 있냐며 감사하고 이겨낸다는 멘탈이 있다면 정말 존경해 마지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도 회사 일에 머물고 있는 지극히 상대적인 공간이다. 매니저로서 다른 매니저들과 비교해서 업무의 강도가 높아 주말 출근도 잦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회사는 더 많은 돈을 주잖아! 쪼금 더) 그건 내가 내 주변의 매니저들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브런치의 작가님의 업무 강도와 비교하면 퇴근시간도 어느 정도 보장되고 짧게라도 집에서 책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징징대며 하소연하는 철없는 아이로만 보일 것 같다. 그렇게 객관화한다 하여 내일 업무가 갑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작가님이 있기에 지금 내가 부딪히고 있는 많은 일들이 결코 감당해내지 못할 일은 아니라는 점만큼은 확신을 갖게 한다.


    오늘 일찍 퇴근하네요? 약속 있나 봐요?

    네 약속이 있어서 먼저 들어갑니다. (칼퇴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노트북 들고 집에서 일할 거니 기분이라도 내보려 칼퇴한다.



오지게도 바람을 맞아 한쪽으로만 자라났구나. 그래도 용케 버텨냈구나. (월악산 정상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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