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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by KayYu

두 사람의 인터내셔설 / 김기태 / 2024


주변의 흔한 얘기다. 정말 흔한 이야기다 보니 지금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묻고 싶을 만큼. 그리고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소재가 부족하다는 건 무능함을 이쁘게 포장한 거라고 밖에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질투가 터져 나왔다.

흔한 이야기인데 그 감칠맛은 흔하지가 않다. 흔한 얘기에서 이런 맛깔이 나도록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만능의 조미료 다시다를 넣어도 먹을만한 맛이 나오는 건 아닌데, 이건 잔잔하게 녹아들어 가 결국 깊은 맛까지 우려내었다. 누구든 가지고 있을 법한 일기를 글로 바꾼 그 모양새는 아기자기하기도 했다. 예술가가 평범해 보이는 세상에서 남들이 보지 못 한 부분을 찾아내는 기술자라면 여기에 더 해 삼차원과 사차원의 중간 어디 즈음에 있는 사고패턴과 기저에 깔린 유머는 단숨에 소설의 매력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관찰된 모습을 날카롭게 분해하는 작업은 호흡을 짧게 만들고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탐구하게 만든다. 이런 부분들...


'여러 위험을 평가해 보면 문을 열어두고 잔다고 아침을 맞이하지 못할 확률은 극히 낮았다. 낮음과 없음은 다르다. 낮음은 없음이 아니다. 그러나 '극히 낮음'은 '없음'으로 여겨야 정상적인 사고다. 정상적인 사고라는 말은 무섭다. 무서워서 문을 닫고 싶었다. 문을 닫아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없더라도 문이라는 장치의 기본값은 닫힘이다.


끊임없이 쇼츠를 넘겨보는 기분이다. '어? 소설 끝난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마무리마저 훌륭해 보였다. 그렇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끝이 나지 않고 계속되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얘기하는 듯했다.

요즘 예능 채널이나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면 읽기 힘들 수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과 함께 문득 나도 곧 그런 세대가 되어 이런 멋진 소설을 이해하지 못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작가의 음악 마니아적 냄새도 솔솔 풍긴다. 이것도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음악 목록에 넣어야 할 책인지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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