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Yu May 28. 2022

Chopin Nocturne no.15

숨은 녹턴 발굴하기 Fminor Op.55-1

Chopin Nocturne f minor Op. 55-1 (Nocturne No.15)


녹턴(Nocturne)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음악가는 영국의 존 필드이다. 작곡가, 연주자, 악보출판업자, 피아노 제조업자로 19세기 초 활약했던 인물인데 덕분에 '야상곡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차지하고 있다. 야상곡(夜想曲)은 그 이름처럼 깊은 밤 세상을 부드럽고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휘감는 선율과 악곡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Nocturne라는 이름도 밤의 여신을 가리키는 'Nox'에서 유래하였으니까. 필드는 1812년 '녹턴'이라는 이름으로 총 17 곡을 발표하였고 이후 필드의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은 쇼팽은 그 형식을 빌어 자신의 녹턴 곡을 창작하게 되었고 결국 지금은 녹턴 장르에서 창시자 필드를 뛰어넘는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녹턴을 피아노 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역할을 하고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높였으니 필드도 쇼팽에게 감사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한다. 세상은 두 사람을 기억한다. 처음 만들어 냈거나, 완전히 잘하거나. 필드의 녹턴이 쇼팽에 밀려 큰 인기를 얻고 있지는 못해 보이지만, 감미롭고 밤에 좀 더 잠이 잘 올 것 같은 순수한 느낌의 녹턴은 필드의 녹턴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아무래도 그 이후는 이전 작품보다 좀 더 화려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본능이 발현되기 마련이다. 쇼팽의 녹턴 중에는 밤에 들려주었다가는 자던 아이도 깨울 화끈한 스케일로 장식된 곡들이 이를 말해준다. 맞든 틀리든 어릴 적 음악시험에 다음 중 피아노의 시인은?이라는 문제의 답을 '쇼팽'으로 만든 대표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준 공은 바로 녹턴이 아닐까 생각한다.



쇼팽의 녹턴 15번, Op55 no.1 은 그의 총 21개의 녹턴 작품 중에서도 크게 각광을 받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쇼팽 녹턴을 검색하면 Op.9, No.2번이 가장 상위에 있을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OST로 삽입된 Op. Posth 이 뒤를 잇고 있다는 것으로 추정한 순위이다. 하지만 인기 연예인보다 은둔의 고수, 숨은 보석을 찾아 세상을 널리 이롭게 만드는 더 관심이 많은지라 앞서 얘기한 대중성 있는 녹턴을 뒤로하고 15번은 나에게 참 인상적인 곡이다. 감미로운 주제로 시작하지만 ABA 세 도막 형식의 주제 간 연결부에서 ff로의 분위기 전환은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초반 왼손의 도약이 있긴 하지만 반복되기에 부담스럽지는 않다. 두 번째 주제의 왼손 반주 부분이 조금 까다로웠던 부분이다. 오른손 선율은 살려내야 하면서 잔잔히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데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손가락 길이는 쫙쫙 벌려줘도 살짝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셋잇단 음표로 속도감도 필요하여 손가락 번호를 이렇게도 해보다가 저렇게도 해보면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부분이다.  



제2 주제 도입. 오른손 선율은 살려내면서 잔잔한 왼손 반주의 뒷받침


무모한 도전으로 실패했던 즉흥환상곡이 떠오른다. 이와 유사한 반주는 쇼팽 곡에서 흔한 패턴 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즉흥환상곡보다는 쉬운 곡이고 꽤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전열을 가다듬어본다. 우선 속도 향상을 위해 연습 구간을 설정한다. 총 12마디. 한 마디 두 쌍으로 하여 8음씩 느린 속도로 집어 나가며 잡음 없이 어느 정도 평온한 수준이 될 때까지 반복한다. 하루 한 시간, 수 일이 걸렸던 부분이다. 쌍으로 연습하는 이유는 아무리 같은 간격의 음이라 하더라도 완벽히 같지는 않고 반주가 갖춰야 할 박자 간의 미묘한 간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주의하지 않으그 미묘한 차이로 인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로 들려야 하는데, 자칫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


한 음 한 음 집어 나갈 경우 또 다른 문제는 핑거링이다. 느린 속도로 연습할 때의 핑거링과 한 쌍 혹은 한 마디를 보는 핑거링이 다르고 더 나아가 속도가 빨라지면 천천히 했을 때 익혔던 손가락 번호가 맞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도무지 여기에 이 손가락 번호를 쓰는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은 음도 좀 더 전후 시야를 넓혀서 연결하여 연주할 때 그게 최선이라는 무릅탁 깨달음을 얻는 경우를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니 한 음 연습은 처음부터 해서는 절대 해서는 안될 연습이고 한 쌍, 한 마디 연습이 최소 연습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유난히 핑거링이 까다로워 3개의 악보, 3명의 연주 동영상을 살펴보았는데 모두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악보에 적힌 손가락 번호는 전문가의 손길을 거쳤다고 믿고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고 그대로 하려는 착한 독학생인데 악보마다 다른 손가락 번호는 나를 대환장파티로 만들었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손의 크기를 감안해서 잘 선택해보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자신을 믿어야 한다. 3가지 서로 다른 핑거링을 다시 말하면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는 뜻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이후 구간에서도 손가락 위치가 계속 괴롭힌다. 하지만 손을 찢어야 하는 부담은 하나 줄어들고 그래도 좀 수월한 오른손에 집중되어 있으니 굴러가는 재미도 있다. 손가락이 기억할 만큼의 연습만이 해결해 줄 일이다.



후반부의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아르페지오 부분에서는 속도에 대한 나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속도는 반복 연습하더라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니 여느 동영상 속의 피아니스트의 연주 속도에 따라가기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미스터치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면서 음악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감미로운 곡이다.


습관을 뜯어고쳐야 할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모호한 부분에서만큼은 잠시 연습을 중단하고 나에게 맞는 최선을 찾는데 고심해야 한다. 그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길이다. 음악이 방대한 거지 연주 방법이 방대하지는 않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Chopin Raindrop 빗방울 전주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