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률 세계 1위, 그런데 막상 1년을 써보니

풀타임 육아휴직을 1년 쓰고 나서 든 생각

by 로니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치 보느라 육아휴직 신청조차 못 하던 나라가, 이제는 육아휴직률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 대단한거 같다. 중간이 없다. 1등 아니면 꼴등. 안 하다가 하면 끝을 보는 구조. 복지국가들을 제치고 1위를 찍었다는 건, 제도적으로는 분명 진전이 맞다. 그런데 실제로 1년 가까이 육아휴직을 써보니, 이 제도가 완성형이라기보다는 과도기적 형태라는 게 느껴진다.


육아휴직의 장점은 명확하다. 아이와의 라포 형성. 아기가 아빠한테만 붙고 안 떨어지는 그 관계 자체가 인간 생애에서 꼭 한 번은 경험해볼 만한 것이다. 예전 세대 아빠들은 일하느라 이걸 못 느껴봤을 테니, 그 점에서는 분명 이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가 아직까지는 '풀타임 휴직'이라는 단일한 형태로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육아를 해보면 알겠지만, 쌍둥이나 다둥이 가정이 아니라 한 명만 키우는 집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 풀타임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남아돌기 시작한다. 아침에 등원시키고 오후에 하원시킬 때까지, 그 사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애매해진다. 물론 집안일이나 개인 시간으로 채울 수 있지만, 이게 1년 내내 반복되면 구조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한다.


여기서 착각하는 지점이 있다. 육아휴직이라는 제도를 만들 때, 정책 입안자들은 '아이를 24시간 돌봐야 하는 상황'을 전제로 설계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린이집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일정 시기가 되면 어린이집에 간다. 그러니까 제도 설계의 전제와 실제 육아 환경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것이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 구조적 문제다.


물론 지금도 육아시간이라는 제도가 있긴 하다.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하는 것. 그런데 이건 활용도가 낮다. 왜냐하면 쓸 수 있는 기간이 제한적이고, 회사 눈치도 봐야 하고, 무엇보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애매하게 짧다. 등하원 시간 맞춰서 유연하게 근무하려면 2시간으론 부족하다. 그렇다고 풀타임 휴직을 쓰자니, 어린이집 보낸 뒤에는 시간이 과하게 남는다.


결국 필요한 건 유연성이다. 풀타임 육아휴직과 육아시간 사이에,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주 3일 근무, 주 4일 근무 같은 파트타임 육아휴직 옵션. 급여는 근무 시간에 비례해서 받되, 육아휴직 기간은 소진되는 구조. 아이 아플 때 유연하게 쉬고, 등하원 시간 맞춰서 근무 조정하고, 그러면서도 급여 보전을 일정 부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이게 실제 육아 현실에 더 가깝다.


이건 육아뿐만 아니라 다른 복지 제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제도를 만들 때 '0 아니면 100' 식으로 설계하는 경향이 있다. 육아휴직을 필두로 대부분 제도는 '쓰거나 안 쓰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실제 삶은 그렇게 이분법적이지 않다. 유연성이 필요한 순간이 훨씬 많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다. 제도가 경직되어 있으면, 결국 그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반대로 과잉으로 쓰는 사람이 생긴다.


육아휴직률 세계 1위라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이제는 양적 확대를 넘어서 질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휴직 기간을 늘린다'가 아니라, '어떻게 쓸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풀타임 휴직이 맞는 사람도 있고, 파트타임이 맞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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