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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btop Feb 09. 2020

20200123 영하 20도에 야외 수영하기

@하바롭스크

어젠 (내 기준) 파인 다이닝을 두 번이나 해서 오늘은 검소하게 너구리로 아침을 시작했다.

스베뜰라야 노치에서 먹은 보르쉬도 맛있었지만, 암만 먹어 봐도 라면이 최고다.. 라면포트도 최고의 준비물이었어.


오늘은 하바롭스크에서의 3박을 마무리하는 날이라 야무지게 짐도 다 싸 두고,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나왔다. 짐은 호텔에 맡겨 두고 일단 산책 시작! 지도를 보니 제일 존재감 있어 보이는 디나모 공원을 목적지로 정했다.



누구 발자국일까나. 오늘도 눈 쌓인 길에서 걸음 시작.



두런두런 쉬지 않고 이야기하며 걷고 또 걷기.

여기도 태권도가 있다.



우리나라 중고차를 수입해 시내버스로 많이 활용한다더니 진주시민버스가 뙇 나타났다. 쾌적한 도시 환경 진주시민버스로!



한참을 걷다가 가려고 저장해 두었던 kafema로.

하바롭스크에도 괜찮은 카페들이 있다-는 소개 컬럼을 보고 저장했던 건데 이게 좀 예전 글이었는지, 실제로 가보니 kafema는 웬만한 도시엔 다 있는 인기 많은 프랜차이즈였다.



중독 수준인 모닝커피로 시작.

여기 라떼는 특유의 멸균우유 맛이 난다. 스팀우유가 아주 밀도 높게 쫀쫀하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디나모 공원 사랑의 다리. 사랑의 힘으로 가로등 위에까지 자물쇠를 걸어 두었다.



여기 자물쇠 디자인이 다채롭네.



러시아 온 첫날 썰매 안 산 걸 아쉬워했다. 백팩에 달고 다니다가 내리막길 나올 때 타면 딱이었겠어.. 썰매 대신 수영모 사러 공원 죽 가로질러갔다.



가는 길에 샤우르마 하나 겟.

여기도 교환학생 블로그에서 본 가게였는데, Dom odzheny라는 쇼핑몰 옆에 있는 작은 가게였다. 케밥이랑 비슷한데, 싸고 나서 그릴에 한 번 눌러 구워준다는 차이 정도? 아주 든든해서 간단히 요기 잘하고 또 걸었다.



아웃도어 용품샵 도착. 썰매랑 스케이트 탐났는데 탈 일 없으니 패스. 원래 사려 했던 수영모만 100 루블짜리 하나, 260 루블 짜리 하나 사 들고 얀덱스 탔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스카랜드 옥외수영장!!

카운터에 다가가 직원 언니랑 구글 번역기 켜고 열심히 소통했다. 의료증명서 있냐고 물어봐서 여권 보여 줬더니 그냥 됐다 하고, 키오스크에서 표 뽑는 것부터 모든 과정을 너무나도 열심히 도와주셨다.

수영장 매니저?로 보이는 분도 오셔서 바디랭귀지 섞어 가며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려 주고, 라커룸까지 같이 가서 여기서 갈아 입고 저기서 씻고 다 설명해 줬다.. 쏘 카인드 앤 뷰티풀..! 



샤워하고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웬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뭐지? 했는데 비닐 문을 거치니 이렇게 동굴 같은 입구가 뙇!!

영하 20도의 날씨와 따뜻한 물의 조화가 최고였다. 중간 중간 귀가 좀 시려서 둘러 보니 현지인들 일부는 귀 시리지 않게 털비니로 귀까지 덮고, 그 위에 수영모를 또 쓴 상태로 수영하더라고. 현명해.



밖에 나와 바라본 수영장 풍경. 단짠단짠 매력 넘치는 겨울 수영이었다.



밤 되니까 이렇게 조명도 깔리고 굳. 저녁에 와도 좋을 뻔했어!



신나게 수영했으니 배 채우러 이동.



성당 옆 쪽 미리 봐 뒀던 호또 라멘. 시원하게 미소 라멘과 맥주 클리어하고 호텔 가서 짐 찾고 다시 하바롭스크 역으로.



이제 또 떠난다.



오늘은 헤매지 않고 티켓 프린트도 착착, 여유롭게 커피도 사 들고 인증샷도 찍어 가며 기차에 안착했다.



자리 찾아 가니 슬프게도 땀냄새를 풍기는 이고르 형이 짐 풀고 계셔서.. 이걸 어쩌나 당혹스러웠지만, 다행히 코는 무섭게도 빨리 적응하여 마음 놓고 잘 수 있었다. 근데 이 형 너무 일찍 이부자리 펴고 잘 태세를 취해서 서둘러 취침 모드로.

기차가 출발하니 인터넷이 잘 안 터지길래 이 참에 독서등 켜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다 읽었다. 

멀미 없이 적당한 흔들림, 적당한 소음의 열차. 샤워실만 좀 쾌적하면 정말 며칠도 탈 수 있을 거 같아. 


너무 추웠지만 고요하고 신나는 하바롭스크도 바카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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