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짜리 붕어빵

1시간을 걸어서 찾아낸 금쪽같은 붕어빵 에피소드

by 성장캐 이세상

저녁시간 딸이 배우는 한자공부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딸이 붕어빵 이야기를 했다.


"엄마랑 이야기했는데, 엄마가 까먹은 것 같아."

"엄마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한자(공부) 가면 붕어빵 사주기로 했는데..."

"붕어빵? 너무 늦었는데? 내일 먹으면 안 될까?"

"힝! 오늘 먹고 싶은데...."

"내일 아빠가 사 올게...(공부방으로) 어서 들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한 후 찰나의 고민을 한 것 같다.

딸이 이렇게 먹고 싶어 하는 건데, 내가 조금 귀찮다고 안 사준게 맞나?

엄마와 약속한 거니, 엄마가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아... 멀리 갈 준비도 안 하고 왔는데... 등등


그런데, 아파트 단지를 나오면서 나의 이동 방향은 붕어빵 가게를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딸이 사달라고 하는 게 값비싼 명품도, 보석도 아닌데... 가격으로 따지면 몇천 원의 붕어빵인데. 지금 내가 조금 귀찮음을 이겨내면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를 아빠다움에 으쓱해하며, 늘 사 먹던 붕어빵 가게가 있는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평소 다니던 재래시장에 도착했다.

그때 시간은 8시 10분. 재래시장이다 보니 영업을 하는 곳보다 문을 닫은 점포들이 더 많았다.

한산한 시장을 들어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붕어빵 가게 2군데가 밀집되어 있는 곳의 가게가 모두 문을 닫은 것이다. 순간 막막했다. 집에서 도보 10분 정도의 거리여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다른 곳을 더 찾아봐야 하나? 고민을 했다. 앞서서 했던 뿌듯한 아빠다움이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시장을 관통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붕어빵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붕세권'이라는 말을 들어는 봤지만,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막막했다. 어디 앉아서 있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면서 확인해야 하기에 무작정 걸었다.

걷다가 만나게 된 지하철 역 근처에서 어떤 연인이 붕어빵을 먹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들에게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하철 역으로 쏙 들어가는 사람들을 붙잡을 용기는 없었다.

나중에 더 고생을 하면서 든 생각이지만, 그때 물어봤어야 했다. 물어봐야 덜 고생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상황이다.

붕어빵을 먹는 연인을 만난 주변이 사거리인데, 사방을 모두 살펴보았지만 붕어빵을 파는 곳은 없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며, 거의 포기상태였다.

그때 부인에게 전화를 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부인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아빠다움을 칭찬해 주었다.

아쉬운 대로 딸이 좋아하는 과자라도 사 오라고 제안했고, 과자를 사기 위해 또 다른 루트로 이동을 했다.

딸이 좋아하는 '허니버터칩'을 많이 사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걷는데, 슈퍼마켓 4거리에 떡! 붕어빵 가게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인기가 많아서 줄을 서서 사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찾아간 곳은 미니붕어빵으로 8개에 2천 원이었다.

붕어빵을 좋아하는 딸과 부인, 그리고 많이 걷느라 힘든 나에게 주는 이동 중 간식까지 하면 20개는 필요해 보였다. 그렇게 5천 원 치의 슈크림 붕어빵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내 앞에는 벌써 3명의 아버지들이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다음에는 바로 여기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데, 의외로 붕어빵 가게가 인기가 많았다.

손님들이 계속 찾아왔고, 주문도 계속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붕어빵은 김이 솔솔솔 나는 너무나 먹음직스러워서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바로 나온 붕어빵이라 많이 뜨거웠지만 추운 날씨에 금방 식어서 맛있게 먹었다.

집으로 가면서 3개의 붕어빵을 먹었고, 집에 가져갔을 때 가족들이 어떤 표정일지가 기대되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온 딸과 부인에게 붕어빵을 건네며, 오늘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시계를 보니 외출한 지 1시간 만에 복귀였던 것이다. 한 시간 동안 동네방네를 돌아다니며 붕어빵을 찾아다녔다. 힘든 것도 있지만, 결국 찾았고, 사 왔다는 뿌듯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집에 들고 간 17마리의 붕어빵을 다 먹었다.

아빠의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서일까, 딸도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작은 붕어빵을 들고, 좋아하는 딸의 모습에 나의 힘듦은 눈 녹듯 사라졌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행복이라는 건, 강한 한방이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자잘한 성취와 보람이 행복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도 행복하고 싶다면 작은 행동 하나 먼저 실천해 보는 하루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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