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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Oct 15. 2024

열정이란 말은 개나 줘요.전 절박해요.

내려놓은 국밥 그릇. 얼룩 덜룩한 화상 자국들.

둘째랑 둘이서 읍내로 나가

저녁은 간단하게 해결하자고

국밥집에 들어가 국밥을 시켰다.


잠시 후

부글부글 끓는 국밥을 들고와

우리앞에 놓는 이는

나이 어린 알바 학생같아보였다.


고등학생쯤되어 보이는 그 친구는

조심 조심 국밥 그릇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바로 그때

온전한곳이 하나없이

동그랗거나 길죽한 타원형 화상 자국으로

얼룩 덜룩해진 아이의 손과 팔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 양 손과 양 팔은

짐작컨데.

식당에서 알바를 하느라

뜨거운 국물에 데이고 뛰기는 기름에 데여서인지

붉고 검은 화상자국들이

양팔 가득 얼룩져 있었다.


그 친구 팔을 보다가 마음이 찡했는데

아마 그 순간 언뜻

내 조카녀석이 생각나 그랬나보다.


언제더라.

오랫만에 만난 내 조카 양손과 팔에

얼룩 덜룩 무언가에 데인 자국들 투성이길래

어찌된일이니? 물으니

여름 방학동안 숯불갈비집에서 알바를 하다가

숯불에 데인 자국이라했다.


여린 피부에 숯불이 닿을 때

얼마나 아팠을꺼니.

나는 조카손을 잡고 쓰다듬었다.

세상에.

그 더운날, 먹고 살겠다고 알바하다 다쳤구나.

우리 조카 예쁜 손이 상처투성이네.


그러나

녀석은 대수롭지않게 말했다

고모.괜찮아. 이제 다 나았는데 뭘.


아. 이녀석이 언제 이렇게 다 컸을까!


나는 그날

조카의 손을 보며

굉장히 마음이 찡했고

언제 이 녀석이 이렇게 이 마음이 자랐나 싶어서

대견하기도 했다.


그후론

식당 어느곳에 가던지

어린 알바 친구들이 음식들을 내려놓을땐

버릇처럼 무의식중에

그 아이들 손을 보게 된다.


보통  대부분의 알바 아이들 손은

이것 저것에 데인 화상 자국으로 얼룩덜룩하거나

무언가에 베여 상처가 많았다.


그러다보면

그 아이들이 내 조카아이 같아서

말 한마디라도 친절하고 부드럽게 건내게된다.


국밥집에서 알바하는 그 아이의 손은

내가 여지껏 보아왔던

알바 아이들 상처들보다 더 심했다.

내 마음 한켠엔

이 아이가 치열하게 삶을 사느라

이리도 많은 상처를 얻었구나 싶었다.


국밥을 내려놓고 일어서는

그 아이를 잠시 올려다 보았는데

예기치않게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국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올때

그 친구는

고개를 깊게 숙이며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했다.


나는 뒤돌아서서

맛있게 먹고 갑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삶을 짊어지고가는

어린 청춘들.

나는 그걸 열정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하여

말하고 싶지않다.


열정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절박함이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이에게 칭찬한답시고

열정이란 단어를 들먹이며 들이댔다가는

그는 분명 그렇게 말하리라.


열정이라는 단어는 개나 줘요.

전 절박해서 일을 해요.


나는 그런 청춘들을 맘껏 응원하고 싶다.

삶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치열함을 먼저 배우고 있는

아름답고 귀한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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