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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Apr 12. 2021

임신인 줄 알았는데

수정된 세포가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임신을 확인하고 이상함을 느낀 건 그 후로부터 닷새가 지나서였다.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한 날짜는 2021년 2월 10일. 


설 연휴가 끝나고 '다음 병원 방문일'을 앞두고 나는 여느때처럼 임신테스트기를 해봤다. 

임신 계획중인 여성들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시도때도 없이 테스트기를 해서 두 줄을 보고 싶은 마음을.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닷새나 지났으니 두 줄이 진해져야 정상일 터인데


뭐지 묘하게 더 희미해진 것 같은 이 느낌은????????


임신테스트기의 기준선 말고 나머지 한 줄이 처음 임신을 확인했을 때보다 확연히 희미해져 있었다. 


인생에서 불안한 느낌은 바로 확인해봐야 하는 것. 

병원에 전화를 걸어 "육안으로 봤을 때 희미해진 것 같아요"라고 하자 상담직원은 바로 병원으로 올 수 있냐고 물었다. 


임신을 확인하러 왔을 때와 동일하게 피검사를 했다. 

피 검사 후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무언가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지난번 피 검사 때에는 주사실에서 나온 간호사가 다른 간호사에게 "78(피검사 수치)"이라고 나한테 들릴 정도로 크게 말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간호사님이 주사실에서 나왔는 데도 너무 조용했다. 

'저번처럼 피검사 수치를 나에게 안 알려주시려는 건가? 안 알려준다는 건 역시 결과가 부정적이라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되리라는 것을 각오하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OO님, 들어오세요"

의사선생님은 내가 의자에 앉자마자 "음, 결과가 좋지 않네요"라고 운을 떼셨다. 


세포가 정상적으로 분열을 했으면 이미 천 단위의 수치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 수치는 83이라고 하셨다. 

닷새 동안 수치가 겨우 5 포인트 증가한 거다. 


"세포가 크질 않았어요. 이건 비정상적인 거라서 빨리 없애야 해요."


지난번에 처방했던 '착상을 도와주는 약' 때문에 이미 탈락했어야 할 세포가 비정상적인 상태로 유지 되고 있을 수 있다며 약을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각오했던 말을 듣고 돌아서는데 힘이 주욱 빠졌다. 


너무 성급하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 게 부끄러워졌다. 


고작 두 줄을 보고서 이렇게 신나했다니. 초음파 사진을 본 것도 아니었는데...


마음이 급한 건 알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결혼이 미뤄지면서 내 임신 계획(인생 계획)은 완전히 지연됐는데 코로나를 운 좋게 비껴간 지인들은 모두 임신 또는 출산을 했다. 


회사 내에 동갑내기 직원이 임신을 한 사실 또한 내 초조함을 부추겼다.  

같은 팀인 그 직원이 나보다 먼저 결혼을 했으니 임신을 먼저 하는 것도 순리상 마땅한데 비교 대상이 아님에도 자꾸 비교하게 됐다. 


첫 째달은 숙제를 못 해서, 

둘 째달은 임신은 했지만 아이는 자라지 않았다.


세 번째는 이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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