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 아이를 '어쌔씬'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9개월에 돌입하면서 아기가 부쩍 힘이 세진 걸 느낀다.
엄마아빠의 안경을 잡아채는 건 물론이고, 밖에 나가서는 내 마스크를 팡팡 잡아당긴다. (이 모습을 보고 지하철의 반대편에 앉은 분들이 미소 지으시는 걸 자주 봤다)
먹는 것도 없는 아기가(우리 아기는 이유식을 잘 안 먹는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건지.
특히 우리 아기는 손 힘, 발 힘이 무척 센데 발로 내 배를 밟을 때면 정말 "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엄마인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닌지 우리 아기를 본 사람들은 "아기가 손 힘이 세네", "아기가 발 힘이 좋네"라며 하나같이 아기가 힘이 쎔을 언급한다.
아기의 스파링 대상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자기 또래의 아기들은 물론이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예외는 아니다.
조리원 동기들끼리 모일 때면 우리 아기는 항상 다른 아기 곁으로 가서 머리나 얼굴에 손을 댄다. 이 때문에 다른 아기들이 얼어버리거나, 우는 일이 많아 나는 항상 아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자기를 안아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코를 '콱' 잡아서 할퀴는 일도 예사다.
물론, 아기의 공격을 늘상 받아주는 건 남편과 나다.
어느 날, 아기랑 놀아주던 남편이 "아아!!"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얘, 나 또 꼬집었어. 너가 어쌔씬이냐"
'어쌔씬'. 우리 아기한테 딱 어울리는 별명이 생겼다.
어쌔신 베이비, 나중에 어디 가서 맞고 자라진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