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리스리 Apr 05. 2023

회사 다닐래? 육아할래? 당근 육아지!

회사가 육아보다 더 싫은 1인 

회사 생활을 한 지 훌쩍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굵직굵직한 이직만 3번, 그동안 거쳐간 회사만 꼽아도 인턴 포함해서 5군데가 넘는데 나는 정말로 회사를 싫어하는 인간이다. 


나를 10년 넘게 봐온 지인은 "넌 참 신기해. 못 다닌다 못 다닌다 하면서 꾸역꾸역 계속 다녀. 내가 보기엔 넌 전혀 회사에서 일할 타입이 아닌데"라고 말한다. 


그렇다. 나는 회사에 다닐 그릇은 안 되는데(아첨 X, 아부 X, 비위맞추기 X, 줄타기 X) 징그럽게도 회사에 계속 몸담고 있는 존재이다. 


그런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말이 하나 있다. 


"육아하면 다들 얼른 회사로 출근하고 싶다잖아."



어엉?!! 


대체 왜?! 나는 육휴 2년차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아직도 이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회사 가는 게 죽어도 싫다. 


<육아가 힘들어서 회사로 도망친다>는 일개의 말은 '회사싫어인간'인 나에게는 도통 용납할 수 없는 말이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힘듦은 내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수반되는 힘듦이지만, 회사에서의 힘듦은 그냥 '고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내가 미혼 때부터 했던 말이 "사업 잘 되고 말고가 뭐가 중요해. 내 자식 농사가 더 중요하지."였다. 


사기업에 다니지 않는 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정말 그렇다. 


어차피 1년 사업은 내가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다. 1년 동안 애가 닳고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했던 내 사업이 나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었던 적이 있었던가? 연말평가를 내가 노력한만큼 보상받은 적이 있었던가? 


아니다. 팀장 마음에 드는 사람, 팀장 비위를 살살 잘 맞춰왔던 직원이 좋은 고과를 받아간다. 그냥 '팀장 pick'이다. 


반면 육아는 온전히 내가 쏟은 노력 그대로 아이에게 나타난다. 내가 시간을 많이 쏟을수록 아이가 나에게 더 애착을 갖게 되고 나를 찾는다. 


밥 안 먹고 땡깡부리는 거? 잠 잘 안 자는 거? 돌이 지나고 개월 수가 늘어갈수록 땡깡 부리는 거?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너무나도 애교 수준 아닌가. 보직자 기분에 따라 결재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각종 기안들, 어쩌다 운 없이 걸리면 된통 고생하는 민원인의 민원 폭탄 등. 


하등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비하면야, 자녀가 나에게 주는 힘듦은 값있는 힘듦이다. 


애가 밥을 안 먹고 다 엎어도, 옷을 입히라고 했다가 벗기라고 했다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를 때도, 


이건 온전히 나와 아이가 맞춰가는 과정이지 누군가에게 호되도록 깨지거나 평가를 당해야 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아이는 너무 예쁜데, 회사 가고 싶더라고"


이런 말씀을 하는 주변 지인들이 있다면, 백퍼 회사에서 예쁨 받는 사람들이거나 평가가 좋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저는 죽어도, 단연코, 육아입니다. 대가리가 깨져도 회사보다 육아가 좋습니다. 


요즘 한창 땡깡이 심해진 15개월 따님 




이전 19화 복직할까 말까, 둘째 낳을까 말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