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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May 29. 2023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명품백을 사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뉴진스라는 그룹이 있다.


멤버 모두 10대고 데뷔곡 'Attention'으로 큰 파급력을 일으켰다. 'Cookie'라는 노래로 미성년자 선정성 논란도 있었으나 (늘 그렇듯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갔고, 'Ditto'로 다시 한 번 흥행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 법한 뉴진스에 대해서 이렇게 길게 설명한 건, 뉴진스 멤버들이 명품 및 화장품 앰배서더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언제부터인가 카카오톡 배너에 "뉴진스 하니가 쓰는" 이런 문구로 뉴진스 멤버 하니가 구찌 홀스빗 가방을 든 광고 배너가 엄청나게 자주 노출되었다.


내가 카카오톡을 접속할 때마다 매번 이 광고 배너를 보는 느낌이었으니 구찌에서 광고비를 얼마나 썼을지는 상상이 안 된다.


카카오톡 배너에서 거의 매일 보았던 뉴진스 하니의 구찌 ‘홀스빗 1955 백’ 캠페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기획사에서 멤버 전원 앰배서더 되는 것을 목표로 키우고 있다"는 류의 글을 봐서인지 뉴진스 하니가 구찌 홀스빗을 든 배너가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즈음 때마침 넷플릭스에서 <티켓 투 파라다이스>라는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가 나오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발리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나이가 그윽하게 든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가 이혼한 부부로 나오는데 줄리아 로버츠가 장면 곳곳에서 구찌 홀스백을 메고 등장한다.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메고 나오는 구찌 홀스백


뉴진스 하니의 구찌 홀스백 광고를 보지 않았더라면 나조차 저게 구찌 홀스백인지 뭔지 모르고 영화를 봤을텐데 카카오톡 배너 광고의 효과는 확실했다. 줄리아 로버츠가 등장할 때마다 화면에 같이 잡히는 구찌 홀스백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때부터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나이든 줄리아 로버츠가 구찌 홀스백을 메고 등장하는 건 되게 자연스러운데 10대인 하니가 메고 나오는 건...?"


10대가 명품백을 들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줄리아 로버츠가 구찌 홀스백을 멘 것을 화면으로 보고 나니 하니가 구찌 홀스백을 들고 있는 모습에 이질감이 들었다.


뉴진스 하니가 참여한 구찌 ‘홀스빗 1955 백’ 캠페인에 디즈니 <인어공주>의 할리 베일리와 <안나 만들기>의 줄리아 가너도 함께 참여했지만 이들의 나이는 각각 2000년생, 1994년생으로 모두 만 나이로 20세를 넘긴 성인들이다. 뉴진스 하니만 10대인 셈.


이런 상황에서 결정타를 날린 건 뉴진스 하니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팩트 광고였다.


조르지오아르마니뷰티의 글로벌 모델로 선정된 뉴진스 멤버 하니


구찌 광고로 연타를 맞은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연이어서 이 광고에 노출되고 나니 쓸데없는 걱정이 시작되었다.


나중에 내 딸이 10대가 되어서 "엄마 나도 하니가 들고 다니는 구찌 사줘" "하니도 조르지오 아르마니 팩트 쓰는데 나도 쓸래" 하는 상상.



딸이 10대가 되었을 때는 또다른 뉴진스가 나와서 10대인 누군가가 명품백 광고와 화장품 광고를 하고 있을 거다. 지금도 이렇게 현재진행형인데 10년 후에는 더 성행하겠지.


80년대생인 내가 10대일 때는 '보아'가 우리 나이대를 대표하는 인기 아이돌이였다. 그렇지만 보아가 아무리 잘 나갔어도 화장품 광고를 하고 명품백 광고를 한 기억은 없다. 물론 그 시대에는 SNS도 없었고 K-POP이 지금처럼 잘 나가던 것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동년배 또래 연예인이 나의 물욕을 자극할만한 것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 내 자식이 10대가 되었을 때는?


로드숍 화장품을 10대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뉴스 기사가 나온 게 최소 5~10년전. 이제 '화장'하고 다니는 건 학생들 사이에서 디폴트값이 된 요즘, 10대들이 과연 예전 10대들처럼 로드숍 화장품을 쓸까?


여유가 있는 집안이라면 (당연히) 뉴진스 하니처럼 조르지오 아르마니 팩트를 쓰고, 일반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은 엄마한테 "엄마, 나 조르지오 아르마니 팩트 사게 돈 좀 줘요"라고 하거나 용돈을 모아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팩트를 사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화장품은 시작일 뿐 이제 10대들이 구찌 홀스백을 메고 외출하는 모습을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되고 명품백이 없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그랬듯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날이 오지 않을까?


고작 2살된 딸의 미래를 염두하고 한 생각치고는 너무 나간 것일수도 있지만 허무맹랑한 상상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내 딸이 10여년 후에 나한테 구찌 홀스백을 사달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미안해 딸아, 엄마도 명품백이 없어'라고 해야하나. '구찌백은 못 사주지만 대신 조르지오 아르마니 팩트는 사줄게'라고 해야하나.




몽골이의 일상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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