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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May 22. 2023

복직도 안 했는데 어린이집에 6시간 이상을 맡기다니

3월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점심 먹고 낮 12시에 하원하던 걸 조금씩 늘려서 5월인 이제는 오후 4시에 하원하러 데려간다.


그 사이에 나는 3월부터 동네 문화센터를 등록해서 오전에 요가나 훌라댄스를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6시간 이상을 엄마가 아닌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보내게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


그 죄책감이란,


"내가 복직해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 6시간을 어린이집에?"란 생각이다.


생각해보자. 하루를 24시간이라고 쳤을 때 아이가 잠드는 밤 8시~오전 7시 정도를 제외하고 내가 순수하게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등원 전 1시간, 그리고 하원해서 잠들기까지 3~4시간 정도로 하루에 총 5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보다 내가 직접 돌보는 시간이 훨씬 적은 셈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동안 하는 일들이 대단한 것이냐, 그것 또한 마땅히 따져보면 그렇지가 않다.


3월부터 지난 두 달 동안 나의 하루 일과를 되돌아보면,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오전 문화센터 강좌를 듣고 돌아오고 나면 점심을 먹은 후 잠시 집을 좀 치우다가 아이를 하원하러 데려가는 일상이 전부였다.


등원시키고 - 문화센터 수업 듣고 - 밥 먹고 - 집 치우고 - 하원


어디 가서 놀고먹는단 소리 듣기 딱 좋은 패턴이다.


그렇다고 내가 집을 뭐 엄청 대단하게 살림 블로거들처럼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항상 집은 어딘가 너저분하고 치워도 치워도 깨끗해 보이지 않고. 백퍼센트 마음에 들진 않지만 '사람 사는 집처럼 보이게끔만 유지하자 수준'으로 치우고 살고 있다.


6시간 이상을 어린이집에 맡길 만큼 내가 엄청나게 바쁘게 살거나 대단한 걸 하고 있지 않은데, 어찌보면 하루하루를 참으로 느슨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이러니 다들 육아하느니 복직한다는 말을 하는 걸까.


내가 빡세게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으니 돈이나 벌자 싶은.


육아휴직 2년차에 접어든 지금, 돈 들어오는 곳은 마땅치 않은데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것만 같아 마음이 불안하다.


'육아블로그를 키워서 인플루언서가 되어볼까(마음대로 될 수도 없지만)', '요양보호사 수업이라도 들어서 일상을 좀 더 타이트하게 만들어볼까' 등 얼마 남지 않은 육아휴직 기간에 자꾸만 조급증이 생기는 요즘이다.


어린이집에 하루 6시간 이상씩 맡기는 것에 대한 나 스스로에 대한 정당성을 얻으려면 복직 아니면 둘째만이 답인 것 같다.


하원시켰더니 거리를 맨발로 횡보하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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