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리스리 Nov 18. 2022

아기가 이유식을 또 던졌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밥을 먹이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

아기의 이유식 거부가 3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매 끼니마다 바닥에 냉동댕이쳐지는 아기식판


원래 분유도 잘 안 먹는 아기였지만 이유식까지 이렇게 안 먹을 줄은 몰랐다.


6개월차에 이유식을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다.


소고기를 넣은 이유식을 좀 기피했을 뿐 닭을 넣어도 고구마를 넣어도 나름대로 잘 먹어줬다.


물론, 막 입을 쩍쩍 벌리고 '엄마 더줘요' 하는 아기는 아니였다.


그런데 9개월차부터 숟가락으로 주는 그 어떤 것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너 좋은대로 해라"하고 맨밥을 주었는데 이게 왠 걸. 맨밥을 나름 잘 먹는 거다.


'옳다거니! 그래, 우리 아기는 맨밥을 좋아하는 아기였구나'.


드디어 잘 먹는 우리아기를 보겠구나 싶어 나름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스쳐 지가나는 현상이었을 뿐, 아기는 또다시 맨밥도 거부하기 시작했다.


자기 손으로 먹으려는 의사는 분명해 보이는데 엄마나 아빠가 뭔가를 주려하면 도리도리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렇다고 손으로 잘 먹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손으로 음식을 가져가는데 음식이 입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밥 안 먹는 아기를 위해 이 음식도 해 보고 저 방법도 해 봤지만 아기는 쉽사리 입을 벌려주지 않았다.


"얘는 씹는 걸 싫어하는 게 분명하다!"


맘스홀릭 카페에 이유식 고민글을 올리면 "간을 해서 줘보세요~" "자기주도 하게끔 스틱 형태로 주세요" 등의 조언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간을 해도, 주먹밥을 만들어도 아기는 도리도리 하거나 밥을 집어던지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아기가 그나마 먹어주었던 건 '치즈', '미역국의 미역', '두부' 이 세 가지.


입을 벌리고 먹어주는 게 이것 외에는 없다 보니 점점 더 이유식을 안 만들게 되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재료 다지고 고생해서 만들어봤자 그 음식들은 아기가 신나게 패대기치기 때문에 곧 음식쓰레기가 된다.


음식이 아까워서 바닥에 떨어진 건 하나, 둘 주워먹다 보면 참 사람이 처량해진다.

특히 아기가 패대기친 음식들이 바닥의 내 머리카락과 뒤엉킨 걸 볼 때면 내가 음식을 만드는 건지, 음식쓰레기를 만드는 건지 자괴감이 든다.


이러다보니 하루 중 육아를 하면서 아기에게 밥을 먹일 때가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간이 되었다.


이유식을 만든다 →  다지고, 삶고, 데치고 하면서 설거지거리가 쌓인다 → 아기에게 가져다 바친다 → 여러 번 음식을 먹이려는 시도 → 패대기 → 다시 시도 → 패대기 (무한반복) → 인내심 잃음 → 폭발


이때의 내 반응은 두 가지다. 남편에게 연락하거나 화를 폭발시키거나.


'못 해먹겠어' '아, 또 안 먹어. 너무 스트레스 받아'라고 남편에게 카톡이나 전화를 한다.


속이 너무 부글부글 끓어서 아기 앞에서 소리를 지를 때도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너무 잘 먹는 아기들도 많은 걸 봤기 때문에.


조리원 동기들 중에서 이유식을 이렇게 안 먹는 아기는 우리 애밖에 없다.


남편은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입을 쩍쩍 벌리면서 이유식을 받아먹는 조리원 동기 아기들, 우리 애보다 몇 달 늦게 태어났지만 몸무게는 1kg 이상 차이나는 다른 아기들을 볼 때면 '이렇게 키우는 게 맞는 건지', '언제까지 이렇게 안 먹을 건지' 아기한테 화가 난다.


이유식 책을 뒤져 아기가 먹을만한 고기볼을 만들어 줘봤지만 오늘도 실패.


이렇게 싱크대 하수구의 음식쓰레기는 늘어만 간다.










이전 13화 아기의 머리에서 나는 꼬순내를 아십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