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_
텅 빈 운동장
햇빛이 잡아 먹히는 시간. 허공엔 탁탁 줄 넘어가는 소리뿐이다.
어둠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눈 앞에 나무들은 위아래로 흔들린다. 발 끝에서 피어나는 까만 그림자는 나를 붙잡고 놔주질 않는다. 입에서 내뱉는 숨이 점점 거칠어질 때쯤 발 끝에 길게 피어난 놈이 다리를 건다. 걸음을 멈춘다.
어둠이 삼킨 운동장엔 다리를 건 놈도 숨어버렸다. 놈을 찾는 듯 가로등은 눈을 뜨고 그 눈을 따라 나는 걷는다. 또 다시 발에 걸린다.
고요하고 적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