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out

by 여름

불면증은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엄청난 파괴력으로 생활 전반을 박살 냈다.

회사에 붙잡혀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약이 떨어졌는데도 병원을 갈 수 없었고, 그렇게 새까만 지옥이 시작되었다.


틈을 보이면 언제든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덕분에 매일 살얼음판이었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신경은 늘 날카롭게 벼려진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몸도 마음도 과부하가 걸렸는지 여러 가지 의미로 필름이 끊기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샤워를 하다가 기억이 잠시 끊기곤 했다.

몸은 평소의 루틴대로 움직여서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출근해 있었다.

어느 날은 매일 걷던 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서있었다.


매일, 토할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멀미를 하는 것 같이.

하늘도 땅도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귀에서는 이명이 끊이질 않았니까.


내 정신은 말라비틀어져 죽어가고 있었고

죽고 싶지 않은 몸은 살려달라고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떻게 살아내고 있었다.

떤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어떻게든 살아냈다.

살아야 했고, 살아졌다.


죽음에 대한 생각조차 사라질 만큼이었는데 내 발걸음은 병원을 향했다.


그렇게 처방받은 약이 바로 나를 잠들게 했다면 좋으련만, 그렇진 못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약은 계속해서 증량되었고, 어느 날 드디어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수면이라기보다는 뇌를 강제종료 시킨 것에 가까웠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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