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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Sep 12. 2020

여름의 무덤

(2020-09-07 Instagram)



노랑이 되지 못하는 초록은 죽는다. 길가에 듬성듬성하게 놓여있는 무덤으로 쓸려간다.


노랑과 초록은 무엇이 다른가. 버티는 힘이었을까. 아직 초록으로 남아 가지에 붙어 완연히 가을을 살아낼 위의 아이들은 어떤 감정으로 죽은 것들을 보고 있을까. 쓸쓸한 생각이 스친다.


무덤에서 초록 하나를 꺼내 손바닥에 올렸다. 한 달 전까지, 어제까지, 혹은 방금까지 파란 열을 뿜던 것이다. 그 푸름으로 여름을 사방에 알리던 것. 손에서는 미약할 만큼의 열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여름이 그렇게 더웠는데도 죽은 것에는 찬기만 남았다.


손바닥 위에 놓인 것은 다시 살아나 올라가지 못하고 부지런히 가을을 날라대는 바람이 다시 무덤으로 데려갔다.


다시 무덤에서 하나를 주워 올린다.

문득, 푸르게 죽은 것이 서글퍼져서 염이라도 해주려 회색 가방에 담는다.


슬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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