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5 Instagram)
최근 읽은 책에서 바다와 관련된 경험을 읽었다. 글을 읽고 나에게 바다는 어떤 존재 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바다와 가까운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에는 당시 우리의 이동수단이었던 아빠의 큰 봉고차를 타고 일요일마다 바다로 갔다. 그게 나에게는 항상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였다. 바닷가에 가면 아빠는 나와 동생에게 핫도그나 뜨거운 어묵 같은 간식을 곧잘 사주시곤 했다. 그때는 참 그런 일들이 행복했다. 한 손에 설탕이며 케첩이며 가득 묻은 핫도그를 들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아빠의 낚시를 보는 게 기분 좋은 일이었다.
좀 더 커서 바다는 그냥 시시한 존재였다. 바다를 보러 가는 일고 극히 줄었으며 비만 오면 온 동네에, 온 도시에 퍼지는 짠내 가득한 공기가 싫었다. 아마 이쯤에 나는 바다보다는 계곡 같은 곳을 좋아했던 것 같다. 좀 더 산뜻한 느낌에서였을까?
그리고 변덕이 심하게도 나는 다시 바다를 사랑하게 됐다. 얼마 전 서울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명확하게 알았다. ‘서울에서는 살지 못한다. 잠깐은 괜찮아도 오래는 안돼.’ 이 생각의 가장 큰 영향을 준건 바다가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 쪽으로 나가면 아마도 바다를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보러 가는 건 싫었다. 바다를 찾아간다는 건 어째선지 느낌이 이상했다. 고개를 돌리면 바다가 있는 게 아니라니. 바다 근처에서 산 나에게는 그건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어리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바닷바람을 쐬는 게 좋았다. 고요한 바다를 볼 때, 파도가 거칠게 부서지는 것을 볼 때 정말이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점이 나를 편하게 했다. 나와 비슷한 친구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곧잘 바다를 찾았다. 날이 화창하건 흐리건 그런 건 아무 상관없이. 바다는 그냥 바다라서, 바람이랑 파도밖에 없어서 마음이 쉬기에 좋은 곳이다.
노년에 대해 잘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아마 바다 마을에서 살지 않을까 가만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