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 형님께서 한 말씀하셨습니다
'돈키호테'를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강철의 기사 복장을 하고 말을 탄 채 풍차를 향해 달리는 어리숙하고 엉뚱한 사람의 이미지는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이 '돈키호테'를 보면 떠올릴 이미지일 겁니다. 허허, 저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항상 고민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유난히' 튀는 방식으로 '자신의 갈 길'을 유쾌하게 제안하신 에스파냐 문학의 최고봉이자 대문호인 세르반테스 형님을 모셔봤습니다. 매우 유쾌한 풍자 소설인 '돈키호테'의 명성에 비해 살아생전에 엄청 힘든 삶을 살아온 터라 매우 까칠하시니 미리 양해 바랍니다.
안녕? 세르반테스 야. 내 삶이 워낙 각박했었던 관계로 반말로 할 테니, 양해 바래. 어차피 한글이 내 모국어도 아니었으니 난 존댓말도 잘 모르거든. 물론, 내가 남긴 명언들이 굉장히 많아서 내 삶이 평안했지 않았나 생각하는 이들은 이런 내 성격이 의아하겠지만, 그래도 바른 삶을 살려고 했었단 것만은 사실이니, 그렇게 알고 있어도 무방하네.
아무튼 우선 간단히 내 소개를 하지. 난 의사 아버지를 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 그래서 재산도 많았어. 그런데 또 내가 돈을 다 날렸어. 그러자 사람들은 나보고 돈에 대한 개념이 없다더군, 뭐 좋아, 아무튼 이후로 군인, 물자 조달관, 세금 징수원 등 먹고 살기 위해 온갖 일을 다했어. 전쟁에서는 왼팔을 잃기도 했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돈이 될까 해서 책을 몇 권 썼는데 돈키호테를 포함해서 몇 권이 아주 잘됐어. 그런데 또 돈은 별로 못 벌었었잖아. 왜냐고? 내가 이미 판권을 판 뒤였거든. 아, 증말, 돈 냄새를 맡는 능력이 없었나 봐.
나도 내 내면의 팍팍함과 현실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중성을 고민하다 돈키호테를 쓰게 됐어. 알다시피 돈키호테는 과대망상에 빠져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재미난 사고를 치는 캐릭터야. 쉽게 말하자면, 돌연변이 같은 존재지. 그래서 사람들은 그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대리 만족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할 테지. 사람들이 어울리려고 하지 않을 테니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돌연변이라는 게 종이 다양하게 진화하면서 나오는 1세대 적인 실험의 결과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의미가 있어. 비록, 돈키호테는 그 돌연변이를 이끌어내서 발산한 1세대로써 지나치게 극단적인 성향을 보였지만 그 덕분에 대다수의 보통 사람이 영향을 받고 아주 조금은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잖아? 그게 '돌연변이'의 역할이야.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돌연변이가 한 종에게 가져오는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설명을 좀 해주지. 잘 들어봐.
우선, 예나 지금이나 돈키호테 같은 역설적이면서도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코닉한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패턴에 많은 영향을 끼쳐, 덕분에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지. 각자 어린 시절, 위인, 스타들에게 영향을 받아 습관과 스타일이 변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갈 거야. 덕분에 사회는 다양한 취향과 요구사항을 가진 사람들로 넘쳐나게 되고 이는, '다양한 개성 -> 다양한 문화 -> 다양한 개별 산업 성장 -> 다양한 소비'로 이어지면서 시장과 국가는 건강하게 성장하게 되지. 그만큼, 개인 개성의 다양화는 중요해. 이를 통제하려고 하는 이념이 전체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라는 걸 생각해보면 퍼뜩 이해가 될 거야.
다양성의 중요도에 대해 생물학적인 예를 하나 더 들어 설명해볼까?
내가 살던 16, 17세기 스페인 왕정이었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당시 유럽의 여러 왕국 중에서도 유난히 순혈통을 중시했어. 그러다 보니 유전병이 생겼지. 바로 '주걱턱'이야. 생각해봐. 사촌끼리, 삼촌과 조카끼리 결혼하다 보니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세포들이 오류를 일으키는 거야. 그러다 보니 면역력도 떨어져서 20대가 되기 전에 죽는 일도 허다했고, 나이가 들수록 주걱턱이 도드라지는 건 예사였지. 주변을 둘러봐, 혼혈이 비교적 면역력이 좋고 건강한 건 괜히 그런 게 아냐. 인물도 더 낫기도 하고. 다양하게 섞일수록 옵션이 많아지니까. 옵션이 많아진다는 게 뭘 뜻해? 계속해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는 거지.
이 다양성은 현대 사회나 여러분들이 다니는 회사에도 적용돼.
너네들이 다니는 회사 사장들이 말로는 '더 나은 아이디어, 도전, 새로운 생각'을 강조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사장 자신들의 망상'에 부합하는 의견을 내주길 바라지. 그래서 결국엔 누군가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닌 '대표의 고루한 고정관념'이 회사의 방향성이 되고 직원들은 이를 위해 개성은 죽이고 타성에 젖어 살게 되면서 '다양성'은 또 멀어져 가는 거야. 그래서 성공과 발전은 엄청 어려운 일이 됐지.
다양성은 항상 눈에 띄어.
사장의 생각에 반기를 드는 아이디어가 그렇고, 타 인종끼리 만나서 결혼하는 혼혈이 그렇고, 보통 사람과는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뒤흔들어 놓은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그렇지. 이런 돌연변이는 눈에 띄기 때문에 또 쉽게 사라져. 잘려나가지. 하지만 그거 알아? 그런 돌연변이 덕분에 전체의 종은 조금씩 나아지면서 더 효율적인 종으로 진화해. 그게 바로 다양성의 영향력이야. 생물학적인 변이도 그렇지만 '돌연변이'처럼 개성이 넘치는 누군가를 통한 인지적인 변이가 훨씬 임팩트가 있거든.
난, 여러분들이 돈키호테처럼 완전히 극단적인 새로움을 추구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개성, 취향은 잃지 않길 바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10년, 20년 뒤 삶을 돌아봤을 때, 남는 게 없거든
'나는 내 삶을 살아왔나 혹은 누군가가 원하는 삶을 살아왔나'
에 대한 자문을 하는 시점이 분명히 다가와.
스스로 지키고 유지한 개성이 결국 또 다른 사람들에게 다양성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걸 감안하면 작은 행동 하나가 사회 전체의 건강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야. 뭐, 거창하게 사회에 기여하는 것까지 나가지 말고, 자신의 삶만 바라봐도 돼. 그냥 지금처럼 살면 죽기 전에 후회할까 후회하지 않을까?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마 답이 나올 거야.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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