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선행은 무리하는 게 아니란다

흥부와 놀부 형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by Rooney Kim

'착하게 살아야 한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

'결국 덕을 쌓은 사람에게 더 큰 복이 찾아온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입니다. 허허. 다들 저 얘기들을 들으시면서 살아오셨겠죠. 그러다 보니 저도 열심히 착하게 살아왔습니다. 착하게 살다 보니 어릴 때는 칭찬을 받기도 했지만, 학창 시절에는 만만하게 보기도 하고, 한창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호구' 비슷한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죠. 허허허. 뭐, 괜찮습니다. 그래도 전, 무조건 양보하는 착함은 아니었거든요. 아니다 싶을 땐 합리적으로 쳐내기도 했으니까요.


여하튼, 그래도 전반적으로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들 착하게 살지 말라고 합니다.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나요? 그래서 생각했지요. 그럼 결국엔 '내'가 아닌 누군가가 '손해'를 봐야 끝나는 판이라는 얘기인데, 항상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내가 손해를 보고 마는 게 모두의 평화를 위한 게 아닌가?


아무튼 그래서 오늘의 초대 게스트는 우리의 전통적인 '권선징악'의 주제를 흥미롭게 그려낸 흥부와 놀부 두 형님입니다. 뭐, 워낙 유명한 전래동화라 모르는 이는 없겠지요? 흥부와 놀부는 전통적으로 선함이 이기는 패권을 그대로 답습하는 전형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이 형님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더군요. 그럼 형님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진정한 선행은 무엇인가


놀부: 자, 나는 놀부요. 내 이야기 좀 들어보시오. 사람들이 말이야, 내가 욕심이 많다, 못됐다 말이 많은데 잠깐, 오늘은 내 이 억울한 심정을 풀어야 쓰겠어. 이것 봐, 우리 시대에는 장자가 재산을 상속받는 게 맞았어, 그게 전통이었단 말이야. 그리고 난 그걸 다 안 날려먹고 제대로 굴려서 더 큰 부자가 됐단 말이지. 근데 흥부, 이 게으른 동생은 일도 하나 제대로 안 하는데 애나 펑펑 낳아재껴서 자녀는 열이나 되고 맨날 와서 쌀 내놔라, 거둬달라, 이게 말이나 되냐고. 내, 말이 나와서 말인데, 90년대 가수 육각수? 걔들은 왜 하필 '흥보가 기가 막혀'같은 노래를 만들어서 내 이미지를 더 버려놓느냐고! 가사 몇 구절만 봐도 그래. 쩝, 어디가~ 보자~.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 가사 중]

아이고 성님

동상을 나가라고 하니

어느 곳으로 가오 리오 -> '아니, 다 큰 성인이, 마누라에 애도 있는데 어디갈지 왜 나한테 묻냔 말이야'


이 엄동설한에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요

갈 곳이나 일러주오 -> '아우야, 넌 생각도 없냐? 처자식도 있으면서, 책임감은 어디로 보냈냐?'

(중략)...

초라한 내 몸 하나 둘 곳 어데요 -> '니 몸 하나도 간수 못하는데 애는 왜 열이나 펑펑 놔질러 쌌냐'

(중략)...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 '아우, 네 그 썩어빠진 생각이 잘못, ㅇㅈ?'


흥부: 아니, 놀부 형님, 그래도 그렇게 말을 하면 저도 섭섭하우. 어찌 됐든 모든 재산을 형님이 물려받았으니 그렇게 부자가 되지 않았소? 그럼 좀 나눠주시던가, 진짜 욕심이 대단하시우. 그리고 형님이 자꾸 혼자 잘났고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시는데, 전에 제가 제비다리 부러진 거 고친 뒤에 호박씨에서 금은보화가 나와서 좀 살만해지니, 하, 형님은 멀쩡한 제비 다리를 분질러서 아주 제비 하나 고생시키고 나중에 집안도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어? 참, 꼴 좋수다.

놀부: 아니, 뭬야? 이 놈이, 이제 좀 먹고살만하니까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거 보소. 이 놈 어디 한 번 뒈져볼래?

흥부: 쳇, 이미 뒈졌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진짜 사람인 줄 아슈? 우린 그저 작자 미상의 허구의..

놀부: 뭬야? 가만히 보자 보자 하니까 이놈이.

분재 사장: 자자, 싸우지들 마시고요. 더 얘기하면 분위기만 험악해질 것 같으니 오늘은 제가 두 형님들의 메시지를 전달해보겠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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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의 기준점


흥부와 놀부는 욕심에 대한 동화이기도 하지만 자연스러운 '선행'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치 흥부가 우연히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도와주고 복을 받은 것처럼 말이죠. 그렇습니다. 사실, 착하다는 것, 선하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양보나 희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순수하게 표출된 '진심'에 더 가깝죠. 즉, 본인이 불편하거나 힘들 땐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항상, 본인의 안녕과 편안함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항상 불편한 희생만 수반된다면 그건 '선행'이 아닌 '고통'에 가깝겠죠. 이에 대한 경계선이 애매하다 보니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착하게 사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네요.


그래서 세상을 살아갈 때, 과한 욕심으로 무언가를 억지로 해내려고 하면 어김없이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또 그걸 한눈에 알아보죠. 이는 자연스럽고 순수한 동기에 의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슈퍼맨이 아니잖아요?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지요.


흥부가 제비의 다리를 고쳐준 건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선함을 표출하는 행위' 즉, 선행이었습니다. 거기엔 어떠한 무리도, 지나친 희생도 없었지요. 따라서,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본인이 피해를 보는 선행'을 굳이 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도 본인이 오래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그저 본인이 행복한 수준에서 하지만 '정말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순수한 마음'이 발현된 선행 정도라면 좋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


그래서 선행은 항상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1단계) 순수한 의도
2단계) 진심 어린 행동 그리고,
3단계) 선행이 지속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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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혹시 누군가를 돕고 있거나,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중인가요? 제아무리 순수한 의도로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행동한다고 해도 그걸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불쑥불쑥 찾아올 겁니다. 이미 찾아와서 중도에 포기했을 수도 있겠지요. 네, 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건 선행을 행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몫입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선행은 순간적이지 않고 연속성을 띠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한 순간 좋은 모습을 보일 수는 있지만 이후로 행동이 달라지면 사람들은 단번에 눈치채겠지요. 게다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지나친 욕심과 부자연스러운 의도는 공허한 결론만을 남긴답니다. 그래서 사실 선행은 쉽지 않습니다만, 언젠가는 몇 배나 큰 복덩이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겁니다. 선행을 하는 동안 겪었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불편함과 고통에 대한 보답으로 말이지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나요? 그럼 당신은 이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으신가요? 섣불리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시고 행동에 옮기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https://kidshyundai.tistory.com/259

https://unsplash.com/s/photos/good-d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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