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Rooney Kim Apr 08. 2020

#아이유 연대기 4: 변곡점

그토록 그녀를 괴롭혔던 의문점들. 마침내, 가볍게 뛰어넘다


끝없이 성장하는 그녀의 끝은 어디쯤일까? 사실, 끝이 없을지도

아마도 우리는 이 앨범 한 장으로 그녀의 바뀐 심경이나 인생의 철학을 모두 읽어냈다고 우쭐할 수는 없다.

‘아, 아이유가 이번에는 이런 가사를 썼구나, 음, 그렇다면 아마도 이런 생각에 다다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겠지?’ 와같은 생각 자체가 바보 같다는 말이다. 이미 어른 아이였던 꼬꼬마 시절부터 형성된, 아니 완성된 그녀의 어른스럽고도 뚜렷한 사고관과 이를 바탕으로 한마디 한마디 생경하면서도 너무나도 가슴을 때리는 단어 선택과 표현을 보고 있노라면 그 번뜩이는 단어들을 모두 모아 사랑스러운 성장 소설을 하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던 아이유는 뭔가 예전과는 조금 달랐다. 항상 자신의 앨범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던 아이유가 팬미팅에서 유난히 평소와는 다른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원래 이런 얘기 잘 안 하는 거 아시지 않나. 제가 항상 보수적으로 얘기하는 편인데, 이번 앨범은 많이 기대하셔도 된다”


그리고 곧 그녀의 자신감은 미래의 성공을 예언이라도 하듯 역시나 대성공을 이뤘다.


Love poem


우리, 욕심 내지 말아요. 당신은 지금도 충분하니까: Unlucky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운을 바라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지금 건강하게 숨을 쉬고, 일을 하고,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조차도 알고 보면 큰 행운인데 말이다. 행복하다는 것은 도대체 뭘까?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는 기준과 정도와 지속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텐데 우리는 도대체 언제, 어떻게, 왜 타인에 의해 행복의 기준을 정해놓고는 그저 요행을 바라는 ‘모지리’가 되었을까?


매일매일 모든 일이 잘 풀리기만을 바라고, 내가 인정받기만을 원하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길 기다리며, 내가 예상한 대로만 되길 희망하는 건 어쩌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닐까?


아무런 기대 없이 만났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절친이 되어있거나, 그토록 만나길 고대했던 사람으로부터 얻은 가벼운 감정과 이로 인한 실망감이 주는 공허함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일일 테다. 사실 삶이라는 것 자체가 공짜로 얻어진 건데 우리는 더 많은 안녕과 행운을 또 공짜로 바란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얻게 되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와 슬픔은 ‘생명’이라는 큰 열차에 무임승차한 대가로 열차에서 내리기 전까지 지불해야 하는 인데 종종 그 삯을 치르긴커녕, 물도 주고 밥도 달라며 더 보채고, 더울 땐 너무 더우니 에어컨을 틀고, 추울 땐 또 추우니 히터를 틀어달라며 징징거리는 ‘징징이’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나도 힘들면 하늘을 봐요. 근데 여러분은 하늘도 보고, 나도 봐도 되잖아.

그러니 이제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힘들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어려운 숙제를 받았으니 다 푸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겠네’라는 생각으로 그저 주어진 과제를 풀어나가는 거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왜 나만 힘든 거야?’와 같은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그런 일이 내게 벌어진 데에는 다 적절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대게 그런 경우 ‘뿌린 대로 거두는 중’인 상황이 대부분이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나를 속 끓게 한다면, ‘그동안 내가 힘들게 한 사람들의 복수를 저 사람이 대신 내게 하는구나’하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다. 그래서 내게 오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해도 얻을 수 없는 마음이라면 어쩌면 그냥 보내버리는 게 더 나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Unlucky가 아니라 내가 진 빚을 갚는 중인 거다. 믿기지 않는다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더 편하다.


어쩌면 이런 unlucky 한 상황들이 그동안 내가 얼마나 lucky 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와 같다. 그리고 이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니, 억지로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닌, 세상이 주는 시련을 시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런 불편한 시간들도 필요한 시간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이를 체득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 말이다.


전 끝없이 노래를 부를 테니, 당신은 그저 숨만 쉬어 주세요: Love poem


우리 같이.. 살아요. 크고 작은 숨을 쉬면서.


아이유는 Love poem을 준비하면서 어쩌면 곧 닥쳐올 너무나도 슬픈 현실을 감지했을까? 그녀가 새로운 앨범 발매에 매달려있던 중 그녀의 절친이자 fx의 전 멤버였던 설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유는 이번 앨범 발매 전 발매일을 변경했다. 그리고 곧 Love poem이 선공개되었다. 놀라운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설리의 죽음 이후 나온 아이유의 ‘Love poem’은 어쩌면 그 누군가의 도움이 너무나도 절실했던 그녀(설리)의 심정을 읽기라도 하듯,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아스라이 사라져 간 한 젊은 별에 대한 안타까움과 절절한 그리움의 불을 피웠다.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감정은 사실 100% 온전히 상대방을 위한 감정은 아니다. 어쩌면,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돕지 않고 그냥 지나쳤을 때 나의 가슴에 한동안 잔상처럼 남을 안타까움과 소심한 죄책감에 시달릴 ‘미래의 나’를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충족을 위한 것이라는 게 더 솔직하다. 아이유는 그걸 깨달았고 그렇게 Love poem이 나왔다.


그리고 아이유가 던진 Love poem이라는 작은 돌이 호수에 만든 파장은 점점 커져만 갔다. Love poem은 ‘단 한 사람의 기도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메시지가 되어 ‘이 세상을 홀로 항해하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역만리에서 비추는 등대가 되어 메마른 감성을 적시고 달래준다.


그리하여 마침내 Love poem은 일종의 약속이 되었다. 본인에게 그리고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이에게 아이유는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라는 말과 함께 멈추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우리의 긴 밤을 홀로 외롭지 않게 해 주겠다며 다짐하는 약속 말이다. ‘가수 아이유’가 ‘사람 아이유’의 마음으로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을 생이 끝나는 날까지 주겠다는 이 약속이야말로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블루밍으로 맺는 다음 단계의 아이유



혹자는 아이유의 이번 앨범을 ‘문학작품’ 같다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미니 앨범이라 수록곡이 많지는 않지만 한 곡 한 곡 사연과 상징이 없는 노래가 없다. 뭐, 여느 앨범이 안 그랬냐만도. 그런데 나에게 이번 앨범은 일종의 ‘선언’과도 같다. 연설을 하듯 소리치는 선언이 아닌, 마침내 깨달은 삶의 진리와 자신의 성숙한 마음을 그 누구도 곡해하지 않을 정도의 발랄함과 진중함으로 아이유 변곡점의 서막을 장식하는 선언 말이다. 이로써 가수 아이유가 그동안 갈고닦은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본인이 가수로서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잔잔하게 선언하며 자신의 방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힘든 사랑으로 상처 주고받았던 시간들, 제맘대로 되지 않아 슬픈 일상이 겉으로 보기엔 ‘불행한’ 순간들 같지만 사실은 ‘별거 아닌’, 그저 ‘이런 일도 있구나’하고 넘겨도 되는 ‘순간, 휘발되어 사라지는 감정’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런 ‘unlucky’도 생각하기에 따라 삶의 다양한 곡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더 어른’이 되었지만, ‘더 순수함’에 가까워진 아이유로 성장한 것이다.


“깨달아 어른이 되는 것은 더 이상 순진한 기쁨에 젖어들 수 없다는 아쉬움이 아니라, 더 순수한 즐거움을 베풀 수 있다는 것”


아이유가 참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namu.wiki/w/Blueming

https://blog.naver.com/nameisbini/221695456972

https://blog.naver.com/o2_s2/221714643331

https://blog.naver.com/dldpxms1/221706802428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유 연대기 3: 그녀, 페르소나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